“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Death is very likely the single best invention of Life)이다” - 스티븐 잡스(Steven Jobs)

애플사의 CEO 스티븐 잡스는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죽음에 관련된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빛과 그늘의 이면처럼 사람들은 삶을 잘 살기 위한 노력은 하지만 그 반대편의 죽음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죽음은 두렵고 공포스러운 것, 금기시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올 한해는 유난히도 많은 유명인의 죽음을 접한 해였다. 타인의 죽음은 평소 뒤로 제쳐뒀던 ‘나’의 죽음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

웰다잉(Well-dying)은 무엇인가
최근 웰빙(Well-being)과 같은 맥락으로 웰다잉(Well-dying)이 주목받고 있다.
웰다잉은 의미 그대로 ‘잘 죽는 것’이다. 다가오는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게 되고 남은 삶을 잘 설계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분리해 생각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죽음 준비를 생소하게 느낀다. 미국과 일본에선 1960년대부터 죽음에 대한 연구가 시작돼 ‘죽음학(Thanatology)’이라는 학문이 정립됐고 공교육에 죽음준비과정을 포함했다. 또한 미국에선 매년 국제죽음학회가 개최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죽음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일뿐만 아니라 죽음연구와 죽음준비교육도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한국의 죽음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의 홍양희 회장은 단체가 창단됐던 1991년과 비교했을 때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한 것은 체감한다고 말한다. “처음엔 ‘살기도 바쁜데 무슨 죽음이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였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자 인간의 삶이 잘 사는 것을 넘어 잘 죽는 것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성찰에 이르게 된겁니다”

삶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는 죽음을 배우고 친숙해짐으로써 좋은 죽음을 준비하자는 취지로 창립됐다. 1991년 창립 당시엔 국내에 죽음학을 강의할 수 있는 교수가 없었다. 대신 죽음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철학 △종교 △신학 △의학 전문가가 죽음에 대한 외국 연구자료와 우리나라 사회현상을 바탕으로 죽음 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여러 곳에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2년부터는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과정을 개설해 웰다잉 지도자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웰다잉 연극단을 창단해 활발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웰다잉 연극은 웰다잉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다. 연극배우는 웰다잉 과정을 이수한 노인 중 오디션을 거쳐 뽑았다. 현재 진행 중인 웰다잉 연극 ‘춤추는 할머니와  립스틱 아빠’는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연극인 장두이 씨는 죽음 교육 필요성에 공감해 웰다잉 연극의 연출을 맡았다.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죽음에 올바른 인식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선뜻 연출을 맡았죠. 많은 이가 자신은 죽음과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죽음을 앞두고 죽음이 늘상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값진 삶의 결과나 귀결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 웰다잉 연극을 준비하게 됐어요”

죽음 교육은 삶의 교육
사실 죽음을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생명은 가진 존재기에 본능적으로 죽음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죽음 교육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홍양희 회장은 삶의 자리에서 죽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바라본다면 역설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인식하고 삶의 유한성을 생각하면 내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 남은 삶을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죠. 자신의 삶에 대해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겁니다. 또한 내 삶이 소중하면 남의 삶도 소중하다는 성숙한 삶의 자리를 돌아볼 수 있죠”
또한 홍 회장은 연령대에 맞는 죽음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국은 어려서부터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어린이에겐 그에 맞는 장례식 프로그램을 준비해 눈높이를 맞춘 죽음 교육을 진행해요. 중․고등학교에도 죽음에 관한 정규 커리큘럼이 있고 대학 중엔 죽음학 전공이 개설된 곳이 수백에 이를 정도죠”

죽음 준비교육의 필요성
만약 지금 당장 당신에게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제한된 삶을 어떻게 제대로 보낼지 고민할 것이다. 대학에서 웰다잉 지도자 과정을 강의하는 이병천 한국죽음교육문화원장은 웰다잉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가 죽는다는 명제에 따라 잠정적인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현재 자신의 남은 삶을 돌아보고 더욱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원장은 살아가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생사불이(生死不二), 즉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데에 모든 것을 준비합니다. 잘 살고, 출세하고, 성공하는 데 죽음이 내포돼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합니다. 그러나 죽음이 언제 찾아오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원장은 죽음교육의 일환으로 웰다잉 노트를 개발했다. 웰다잉 노트에 하루하루의 삶을 기록하며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다. 또한 이론과 접목해 실제적으로도 죽음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사생체험연구소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장례 절차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다. 수의를 입고 영정 사진을 찍고 실제로 입관 체험도 한다. 이 원장은 죽음 인식이 정신적인 흠결을 씻어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체험을 하고 우는 분들도 있으시고 가족끼리 함께 와서 체험을 해본 뒤 쌓인 오해와 미움을 풀기도 합니다. 죽음을 생각하고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게 되니 사랑하고 바르게 사는 것에도 부족한 시간이 되는 것이죠”
웰빙(Well-being)은 곧 웰다잉(Well-dying)이다. 현재 나는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가? 또한 올바른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가? 자기 스스로의 죽음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더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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