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9일 정부는 비효율적인 투자를 줄이고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 간 통폐합 및 유사·중복학과 통합’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몇몇 대학은 유사·중복학과를 통합하거나 특성화 하는 추세다. 안암캠퍼스와 세종캠퍼스에 13개의 중복학과를 두고 있는 본교의 사정은 어떨까.

본교의 유사·중복학과

안암캠퍼스와 세종캠퍼스에서 동시에 운영되고 있는 유사·중복학과는 총 13개다. 세종캠퍼스는 1970년대에 정부가 ‘대학의 지방 이전 및 분교 설립 정책’을 세우면서 조치원에 서창캠퍼스로 설립됐다. 서창캠퍼스의 학과는 안암캠퍼스에 있던 학과 중 확보가 될 만한 주요 대표 학과로 선정됐다. 서창캠퍼스 초대 부총장 김시중 명예 교수는 “당시엔 학문이 특성화 되지 않아 특수학과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며 “수요가 높은 기초 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학교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창캠퍼스를 안암캠퍼스와 분리해 독자적인 대학으로 인정하는 관점도 작용했다. 김시중 교수는 “세종캠퍼스가 독자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면서 안암캠퍼스와 중복되더라도 대표적인 과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유사·중복학과의 문제점은 비효율성에 있다. 세종캠퍼스의 모 교수는 “재정적으론 두 캠퍼스가 독립적이지만 학문 차원에서 보면 한 가지 분야에 이중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다양한 학문 영역을 개발해 투자를 한다면 양 캠퍼스 전체의 더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대학들의 중복학과는 통합 혹은 광역화 추세

중앙대는 지난 2006년 캠퍼스간 유사 교육학과 통합과 교육단위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이 개혁에 따라 제2캠퍼스의 사회대 행정학과와 제1캠퍼스의 정경대 행정학과가 통합됐으며 제2캠퍼스의 건축학부는 제1캠퍼스 공과대 건축학부로 통합·폐지됐다. 최근에도 중앙대 내부에선 유사·중복학과의 모집을 광역화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중앙대 기획처 직원은 “아직 다음 단계 계획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학과통합위원회를 구성해 계획을 수립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죽전캠퍼스와 천안캠퍼스 법학과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천안캠퍼스에 6개 학과를 신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단국대 법학대학사지원부 직원은 “법학과 경쟁력 제고와 경쟁력 있는 학과 신설을 위해 통합을 결정했다”며 “기존의 천안캠퍼스 학생은 그대로 수업을 듣지만 2010학년도년 신입생부턴 통합된 학과로 입학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국제캠퍼스 국제경영학과와 서울캠퍼스의 경영학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이 추진될 경우 양 캠퍼스 학생들은 같이 수업을 듣고, 국제캠퍼스의 교수들은 서울캠퍼스로 발령이 나게 된다.

하지만 대학들의 중복학과 통합엔 △양 캠퍼스 학생들의 반발 △학과 정체성 혼란 △학적 사항 변경 △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대학들의 통합 추세에 대해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충분한 계획 없이 지방캠퍼스를 설립했던 대학들이 이제 와 지방캠퍼스를 버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다.

본교, 차별화 방향으로

현재 본교에 양 캠퍼스 중복학과 폐지 또는 통합 계획은 없는 상태다. 교무처 김남조 과장은 “본교 양 캠퍼스는 독자적인 대학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재 통합 및 폐지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복학과 폐지·통합 외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차별화를 통한 학과 특성화’다. 연세대의 경우 원주캠퍼스 사학과가 역사문화학과로 학과명을 바꾸고 교육과정을 개정해 특성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역사문화학과지원부 직원은 “경쟁력 있는 학과로 거듭나기 위해 학과명과 교과과정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본교 세종캠퍼스의 일부 중복학과에도 학과 특성화 움직임이 있다. 세종캠퍼스 중국학부는 중어중문학과로 설립됐으나 지난 2005년 중국학부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어와 중국문학에 국한됐던 교과과정을 △언어 △문화 △역사 △경제 연구 등으로 확장했다. 이해원 중국학부장은 “지엽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학문 분야를 넓힘으로써 우리 학부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세우고자 했다”며 “중국학부는 중국 문화와 통상 분야 교육을 통해 전보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과는 양 캠퍼스에서 동일한 교과과정으로 운영돼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교무처 김남조 과장은 “중복학과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전문 학과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특성화된 학과는 경쟁력 향상 등 대학 전체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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