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늦어 택시를 타고 등교하던 안 모 씨는 현금이 부족해 카드를 내밀었다. 미터기엔 분명히 6800원이라 적혀 있었지만 택시기사는 7000원을 결제했다. 기사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200원은 수수료라 여기고 별다른 불평없이 택시에서 내렸다.

지난 2004년 교통카드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교통카드를 사용한다. 할인이나 환승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교통카드를 사용하지만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한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 2007년 3월부턴 택시요금도 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택시요금은 교통카드(티머니, 유패스)는 물론 신용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택시 카드결제 금액은 한국스마트카드에서 정산해 배분한다.

서울시는 카드택시 활성화를 위해 카드 단말기(15만원)와 월 관리비(1만원)를 지원한다. 또한 한국스마트카드는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5000원 미만의 택시요금에 수수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올 초 3만 7900대였던 카드택시가 최근 6만 1300여 대(서울시내 택시의 86%)로 늘어났다. 개인택시조합 정현구 기획대리는 “택시요금 결제수단을 다양화 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 택시승객을 늘리고자 카드단말기 설치를 장려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의 부담

하지만 올해 초 한국스마트카드 측이 소액결제금액 수수료 면제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하면서 택시기사의 불만이 일고 있다. 개인택시기사 박 모씨는 “카드결제를 늘리기 위해 소액결제 수수료 면제서비스를 크게 홍보해 놓고 정작 서비스를 종료할 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며 “승객은 기사가 괜히 카드결제를 꺼린다고 비판하지만 소액결제 시에도 기사는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스마트카드 홍보대행사 최원석 과장은 “카드사에 주는 수수료를 한국스마트카드에서 대납했지만 재정적 부담이 커져 불가피하게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현재 택시 카드 수수료는 2.4%(△카드사(1.5%) △한국스마트카드(0.66%) △부가가치세 0.24%)다. 버스나 지하철 카드 수수료가 1.8%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시 운수물류담당관 계기남 씨는 “버스와 지하철은 카드결제 비율이 90% 이상이라 수수료 총액이 커 수수료를 낮췄다”며 “28%인 택시 카드 결제율이 40% 정도로 오르면 수수료를 버스나 지하철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택시조합은 서울시에 소액결제 수수료 감면 또는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수수료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계기남 씨는 “카드사에 주는 수수료는 조정하기 어렵지만 한국스마트카드의 수수료는 일부 면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카드결제로 인한 택시기사 부담은 수수료 뿐만이 아니다. 기사의 현금 보유량이 적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개인택시의 경우, 승객이 카드 결제한 택시요금이 기사 개인 통장에 들어오기까지 3일 정도 소요된다. 개인택시기사 박 모씨는 “카드 결제가 늘면서 수중에 현금이 별로 없어 거스름돈을 내어줄 때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사·승객 간 갈등

대부분의 택시기사는 카드결제를 직접적으로 거부하진 않는다.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법인택시는 60만원, 개인택시는 3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택시기사는 카드결제하려는 승객에게 눈치를 주거나 현금결제를 유도하기도 한다. 전진호(24·남) 씨는 “택시요금을 카드결제하려 했는데 기사가 현금은 없냐고 되물어 하는 수 없이 현금으로 지불한 적이 있다”며 “내가 돈을 내는 입장인데 왜 눈치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소에 따라 카드결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택시기사와 승객 간에 시비가 붙는 일도 발생한다. 정현구 대리는 “도심지역엔 높은 빌딩이 많아 통신음영지역이 생기기도 한다”며 “ 기사가 의도적으로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님에도 승객의 오해로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 등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택시기사의 부담과 승객·기사 간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시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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