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눈물이 나도록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 밖으로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짜릿하게 매운 맛을 잊지 못해 다시 매운 음식을 찾는다. 본교 영어영문학과에도 매운 교수님의 매운 강의가 있다. 눈물 콧물 흘리며 한 학기를 보내고 나면 ‘재수강도 안 할꺼야’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수강신청 기간에 우리는 ‘이래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그 교수님의 강의를 찾는다.

‘매운 맛’ 강의는 전준택(문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님의 △미국희곡 △영국희곡 △셰익스피어 3개 희곡이다. 한 학기 강의는 ‘결석 두 번까지는 이유 없이 허용 한다’라는 가벼운 ‘경고’로 시작한다. 수업은 교수님의 설명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디오 자료를 활용하고 학생들이 직접 해석한 텍스트를 발표하면 수강생이 서로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또한 수업의 진행속도가 빨라 강의 내내 바쁘지만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열정적이다.

중간‧기말고사는 영어 능력이 아닌 수업 충실도가 기준이 된다. 시험문제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의 대사를 읽고 청자와 화자, 상황을 고려해 서술하는 형식이다. 최대 6개의 극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교수님의 수업에 열심히 임한 학생은 영문 희곡을 이해한 진정한 영문학도로 거듭난다.

3개의 수업은 1년에 한 번씩 개설된다. 그 중 최고의 ‘매운맛’을 자랑하는 수업은 셰익스피어 희곡이다. 이 수업은 다른 희곡수업과 비슷한 커리큘럼이지만 청양고추와 같은 연극공연이 다른 점이다. 수업에서 하는 연극이지만 학예회 수준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학생들은 1599년부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전문적으로 올린 런던의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을 재현하고 목소리의 성량을 기르기 위해 야외에서 수업을 하는 등 최대한 연극다운 연극으로 완성한다. 영국식 발음부터 Verse, 고어를 살린 대사외우기, 동선과 무대 퇴장에 신경 써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지치기도 한다. 또한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들의 날카로운 비평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연극이 끝난 후엔 뿌듯함과 감동이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영문학도로서 셰익스피어의 극을 재현한 것은 가치 있는 경험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 방식 때문에 수강생들은 서로 쉽게 친목을 쌓을 수 있다. 한 학기 내내 강의실 분위기는 활발하고 친근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다음 학기 다른 희곡 수업에서도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맵지만 끌리는, 교수님과 희곡 수업의 매력이다.

매운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그 맛을 즐기면 된다. 매운 수업을 맛있게 듣는 방법도 단 한 가지, 즐기는 것뿐이다. 마치 ‘십이야’의 올리비아가 된 것처럼, 또는 ‘한 여름 밤의 꿈’의 퍽이 된 것처럼 연극을 신나게 즐기고 나면 머리에도 가슴에도 오랫동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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