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노래 못 부른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음악만 나오면 몸이 저절로 리듬을 탄다.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하나 정도는 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이것들 중 본인에게 해당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강의가 있다.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기회가 있는, 양혜정 교수님의 ‘대중음악의 이해’라는 강의다.
오리엔테이션 때 받은 강의 계획서엔 ‘대충음악의 이해’라 적혀있다. “이거 재미있는 오타네”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교과명은 대중음악의 이해가 아니라 ‘대충음악의 이해’였다고 한다.(농담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진지하게 말씀을 하셔서 아직까지 믿고 있다) ‘음악?, 그까이꺼 뭐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는 뜻으로 교과명을 지었는데, 교무지원팀에서 오타인 줄 알고 ‘대중음악의 이해’라는 과목으로 수정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첫 수업을 시작했다.

170이 넘는 큰 키에 마른 몸매, 거기에다가 뿔테안경까지, ‘음악을 하는 시크하고 도도한 여자’인 듯한 느낌을 풍기는 교수님의 첫 인상이다. 하지만 퉁명스러운 말투 속 은근히 유머가 가미된 교수님의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으면, ‘이 수업은 진짜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시간엔 발라드의 기원부터 작곡기법과 변주에 관한 내용까지 배운다. ABBA의 공연도 보았다. 하지만 여러 수업시간 중 인상 깊은 시간은 퀴즈였다. 점수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틀린다고 해서 감점은 없다. 1등 상품은 기말고사 면제권이다. 음악에 대한 지적능력 테스트는 아니다. 문제는 객관식이고 50문제 정도다. 문제 유형은 이렇다. 교수님의 몇 마디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보기> 중 해당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 <보기> △ ①봄 ②여름 ③가을 ④겨울 △ ①태풍 ②비바람 ③보슬비 ④장맛비 △ ①미국 ②프랑스 ③독일 ④스페인. 정답이 있긴 하지만, 그냥 음악을 듣고 느낌이 가는대로 문제를 풀면 된다.

중간고사는 미니 음악회로 대체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음악회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장기자랑이다. 음악과 관련된 것이라면 △노래 △춤 △연주 △뮤직드라마 △PPT발표 등 장르 상관 없이 발표 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위해 안무가를 찾아가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를 배워온 학생도 있었고, 본교 락밴드 동아리 ‘무단외박’의 보컬이지만 기타를 연습해 영화 Once의 OST인  Falling Slowly를 연주하는 사람, 영상을 만들어 여자친구에게 고백을 한 사람, 혼자 당당히 올라가 나훈아의 큰 사진을 등에 매고 뒤돌아서 트로트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끼 많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 수업이라 그런지 미니 음악회를 할 때면 청강생들이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올해 1학기엔 교수님의 출산으로 인해 종강을 제대로 못했다. 2학기엔 산후조리 때문에 다른 교수님이 이 과목을 맡았다. 하지만 다행히 2010년 수강 편람을 보니 다시 양 교수님이 강의를 맡았다.
아직까지 어떤 강의를 신청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 끼가 주체가 안되는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이 강의를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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