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스티렌’은 약쑥 성분을 이용한 위염 치료제다. 흔한 쑥이지만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얼마나 달라지는 지를 보여준다. OECD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 활용하기 위해 생물자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확대를 회원국들에게 적극 권고해 왔다. 생명연구자원은 생명공학연구의 기본이 되는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물체의 실물과 정보를 의미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은 생명연구자원의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명연구자원은 막대한 시장 창출 잠재력을 보유한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2년 경에는 생명연구자원의 시장이 2조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 김성건 연구원은 “생물연구자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현재 그 수요도 상당히 크다”며 “흔한 생물자원이라도 상품화되면 상당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만큼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종플루의 항바이러스치료제인 ‘타미플루’도 중국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 열매의 추출물을 주원료로 한다. 생명연구자원은 신약 등 상업적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커 경제적 부가가치가 매우 큰 분야다. 현재 발굴된 생명연구자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350만 종의 자원 가운데 1%에도 못 미친다.

치료제·백신개발을 위한 병원체 자원

생명연구자원 중에서도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관심을 두는 국가가 많다. 병원체 자원은 치료제나 백신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이 병원체 자원이란 세균과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성 질환의 원인 생물체와 그들의 DNA와 RNA를 말하며 분자생물학적, 생리학적, 구조적 특징 등 생물정보까지 총칭하는 개념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많은 수의 병원체 자원을 확보하고 지적재산권으로 관리하고 있다. 

NCCP에서 병원체 균주를 보관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부터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이하 NCCP)을 운영하며 기존에 부처별·기관별로 나눠져 관리되던 병원체 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NCCP는 수집한 병원체 자원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표준화시킨 병원체 자원을 활용할 방안을 기획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NCCP 이광준 연구관은 “전염병예방법에선 병원체를 민간이 아닌 국가에서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병원체를 국민들로부터 안전하게 관리하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NCCP에서 관리하는 자원은 크게 국내 감염질환자에서 분리한 병원체 자원과 질병진단 및 예방을 위한 지표물질로 나눌 수 있다. 지표물질은 특정 병원체만 갖고 있는 특성으로, 이를 이용해 해당 병원체의 존재유무를 확인하고 질병 진단에도 이용한다. NCCP는 지난 2005년부터 병원체 자원의 지표물질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기 위해 감염질환 병원체의 지표물질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714개의 지표물질 정보를 수집했으며 해당 정보는 웹사이트(http://biomarker.cdc.go.k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참여한 본교 김경현(과기대 생명정보공학과) 교수는 “특정 병원체가 갖는 단백질과 핵산 등의 지표물질에 관한 내용을 일반인도 쉽게 확인하고, 연구자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병원체 자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화된 병원체 분양 통한 연구 지원

NCCP는 다양한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서 기탁받은 580종 3442주의 병원체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세균의 경우엔 동결건조과정을 거쳐 앰플로 제작해 보존하고 있다. NCCP 정경태 연구원은 “NCCP는 다양한 부처에서 기탁받은 병원체 자원을 자체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표준화시킨 뒤 동결건조시켜 영하 70도에서 앰플의 형태로 보관한다”고 말했다.

 

동결건조된 병원체를 앰플로 만드는 모습
앰플로 보관된 NCCP 보유 병원체는 분양심의를 거쳐 연구기관과 의료기관에 분양해주기도 한다. 현재 NCCP가 보유한 병원체 가운데 표준화를 완료한 407종 1063개의 균주가 분양 가능하다. 이광준 연구관은 “과거엔 연구를 위해 균주를 매번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해야 했는데 이젠 NCCP가 보유한 자원을 의료기관이나 연구기관에 분양해준다”며 “최근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신종플루엔자의 RNA도 연구기관에 분양해줬다”고 말했다.

 

병원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NCCP가 병원체 자원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유한 생명자원의 수는 해외에 비해 상당히 적다. 현재 NCCP가 3000여 주의 생명자원을 확보한 것에 비해 미국 미생물보존센터 ATCC는 10만주, 독일의 DSMZ는 2만여 개의 생명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DSMZ의 인력이 100명 정도인 것에 비해 NCCP엔 연구관 1명, 연구원 5명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병원체 자원을 이용한 백신개발도 큰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백신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는 22개 전염병 중 국산 백신이 있는 것은 7개에 불과하다. 콜레라, A형 간염, 결행 등 15개 전염병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태다.

NCCP는 각 지역에서 확보되는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북대학교병원 △경상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과 연계해 병원체 자원 지역거점은행을 신설했다. 지역거점은행은 각 지역 임상 검체에서 분리된 병원체를 정보화하며 NCCP와 마찬가지로 자원의 분양 및 기탁 업무를 수행한다. 이광준 연구관은 “NCCP가 다른 거점은행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가면 더 많은 병원체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병원체 자원 수입국이었으나 미래엔 병원체 자원 수출국으로 도약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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