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목) 2010학년도 1학기 조기 수강신청이 끝났다. 본교는 지난 2004년 한 학기 일찍 수강신청을 하는 조기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했으나, 시행 5년을 맞은 지금까지 도입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요 파악만 되고 조정은 안돼
조기 수강신청 제도는 강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개강 전 수강 인원을 늘리거나 강의실을 변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요가 높은 과목의 수강인원을 늘리기 위해 대기자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대기 학생이 많아도 전체 수강인원이 늘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9학년도 2학기 조기 수강신청 땐 2만 6275명의 대기자 중 8015명이 추가 신청됐으나, 이는 전체 수강인원 변화 없이 학년 제한이 풀리면서 신청 처리된 것이다. 설진경(정경대 경제07) 씨는 “미리 수강신청을 해 다음 학기 과목개설에 학생 요구 반영해야 하는데 실제론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며 “미리 수강신청을 하는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수업의 강의실이 더 큰 곳으로 바뀌는 경우도 드물다. 교수와 각 대학 학사지원부는 개강 후에야 강의실 변경을 상의한다. 이선(문과대 중문08) 씨는 “지난 학기 40명이 수강하는 강의를 신청했는데 20명 정원인 강의실로 배정돼 개강 후 강의실을 옮긴 적이 있다”며 “수강생 수를 한 학기 전에 파악했다면 정원에 맞는 강의실을 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교 측은 각 단과대 사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수요를 바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학적수업지원팀 관계자는 “학적수업지원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조기 수강신청 현황을 바탕으로 각 대학 학사지원부에 강의실 변경과 분반을 요청하는 정도”라며 “하지만 단과대별로 강의실과 교수진에 한계가 있어 수요가 많다고 무조건 조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시기도 문제
조기 수강신청 시기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학부생은 한 학기 전에 조기 수강신청이 진행돼 전공을 배정 받기 전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복수전공 진입자 역시 복수전공이 2월에 결정되기 때문에 정정기간에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신상철(공과대 화공07) 씨는 “수강신청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은 좋지만 조기 수강신청 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수강정정이 과다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만을 제기하는 건 재학생뿐만이 아니다. 군휴학을 했던 학생은 조기 수강신청 기간을 맞추기 힘들어 정정기간에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는 전승산(정경대 경제06) 씨는 “조기 수강신청이 너무 일찍 진행돼 그 때 맞춰 휴가를 나올 수 없었다”며 “정정기간에 할 수 있겠지만 인기가 많은 교양과목이나 전공필수과목은 이미 마감된 상태”라고 말했다.

조기 수강신청이 이뤄지는 시간대도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기 중 오후 5시 30분에 신청시간이 시작돼 7,8교시 수업을 듣는 학생은 수업 도중 나오거나 결석을 해야 한다. 임준영(이과대 이학부09) 씨는 “학기 중에 수강신청을 하는데 5시 30분에 한다는 건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방학 때 수강신청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대학 중엔 방학에 조기 수강신청을 하는 곳이 많다. 서울대는 조기 수강신청을 개강 한 달 전에 진행한다. 2010학년도 1학기 조기 수강신청 기간은 내년 2월 2일부터 8일로 예정돼 있으며, 수강정정은 학기 시작 첫날부터 공휴일을 제외한 5일 동안 진행된다. 연세대도 방학 중인 2월 16일부터 19일까지 학년별로 조기 수강신청을 받고, 22일 전체 정정 수강 신청을 거쳐 3월 4일부터 8일까지 최종 정정을 한다. 정다혜 연세대총학생회장은 “2월에 조기 수강신청을 해도 과목의 수요에 따라 수강인원 조정이나 강의실 변경이 차질 없이 이뤄지는 편”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조기 수강신청에 관한 불만은 특별히 제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적수업지원팀 관계자는 “수업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수강 신청 자체는 좋은 제도”라며 “수강 신청 시기는 관련 부서와 내부 협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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