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1 16:57 (목)
[고대신문 창간 62주년 문예공모 가작] 백악기의 끝
[고대신문 창간 62주년 문예공모 가작] 백악기의 끝
  • 고대신문
  • 승인 2009.12.0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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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인종 소리에 잠을 깼다. 우리 집 것이 아니다. 누군가 옆집 초인종을 계속 시끄럽게 누르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옆집 남자였다. 문 열리는 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는 또 술에 취해 있었다. 손가락이 부러져라 아까보다 더 세게 초인종을 눌러댔다. 옆집 남자는 마치 나보고 더 잘 보라는 듯이 문을 걷어차며 고함을 질렀다. 문 열어! 쾅쾅 소리가 아파트 복도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드디어 옆집 문이 열렸다. 옆집 남자는 문을 열고 나온 여자의 뺨을 때렸다. 그가 벗어던진 신발이 복도 밖으로 튕겨 나왔다. 남자의 신발을 줍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부스스한 파마머리, 눌린 자국이 확연한 벌게진 얼굴, 입가에 말라붙어 있는 침 자국, 아직도 잠기운이 가득한 멍청해 보이는 눈. 여자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현관문 조명등에 비친 그녀의 주위에 하루살이 같은 먼지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먼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서 혐오감이 들었다. 나는 현관문을 소리가 나도록 쾅 닫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엄마도 바깥에서 일어나던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을까?
  엄마는 예전부터 잠이 많았다. 집에 돌아오면 매일 깊은 잠에 빠져서 내가 누르는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뒤를 돌아보면 엄마는 소파든, 맨바닥이든 머리가 닿는 대로 잠을 잤다. 기대를 잔뜩 하고 보러 갔는데 잠만 자는 동물원의 늙은 곰 같았다. 십 삼년이나 지났지만 엄마가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정확히 기억한다. 엄마, 이제부터 잘게. 엄마의 마지막 모습도 기억한다. 부스스하고 푸석푸석해 보이는 파마머리, 갱년기에 찾아오는 홍조와 얼굴에 가득한 주름살. 매우 늙어 보이는 엄마는 많이 피곤해보였다.
  엄마는 십 삼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잠을 자고 있다. 야간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바로 쉬지 못하고 새로운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밤 동안 가득찬 방안의 지린내를 빼는 것으로 엄마의 아침을 맞이한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밑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엄마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놓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주다가, 등에 난 여드름을 발견하고 혹시 욕창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서 가슴이 덜컥했다.
  아프리카에 사는 체체파리는 피를 빨아먹으면서 트리파노소마라는 미생물을 동물의 몸속에 주입시킨다. 체체파리에 물린 사람이나 가축들은 ‘수면병’에 걸려 계속 잠을 자다가 결국 수개월내에 죽는다. 엄마가 걸린 수면병은 체체파리가 숙주인 수면병이나 기면증과는 다른 것이다. 이 수면병에 걸린 사람은 깨어나지 않고 계속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정상인들의 수면과 다르지도 않다. 어떠한 병에 걸리지도 않았고, 몸도 건강한 사람들이 계속 잠만 잔다.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잠꼬대도 하면서 말이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이 수면병은 불과 일 년 만에 전 세계에 퍼졌다. 인간을 포함하여 많은 동물들이 아무데나 드러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신종 바이러스다, 생물 테러다 해서 수면병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커져갔다. 과학자들이 수면병에 걸린 사람들을 연구해 보았지만 어떠한 병원균의 실체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정밀한 현미경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세균이라는 가설 아래 수면병 환자들을 격리시켰다. 수면병 환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사회 전체가 마비되자 잠든 사람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중세 시대에서 흑사병에 대처하던 방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수면병에 걸린 사람들은 의학적으로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 여론은 수면병 환자를 화장해야 한다는 법규를 살인이라 비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입을 다물고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떠들어 대는 사람이 잠들었고, 들어주는 사람도 잠들었는데 도덕적 ? 사회적 관념걸린 제가 될 수 없었다. 수면병의 정체를 밝혀줄 수 있는 수가 원한 의학적 근거가 나오지 못하는 와중에, 몇 년이 지나자 수면병이 조금씩 사그라졌다. 완전히 사라?보았쥀만 어고,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걘린 제가 되었다. 수면병이 자연사로 인정받게 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변하기 시작했다. ,  깨어 있는 사람들은 수면병 환자의 장례를 치러, 평온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전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일상을 살게 되었다. 엄마가 수면병에 걸렸을 당시, 사람들은 어서 장례를 치루 조용에장해퍼히 살라고 했다. 스무 두 살에 찾아히 엄마의 죽음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깨엄마다.  가 사랑하는 엄마다. 단지 잠들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죽었다고 한다. 병원 의사가 사망 진단서를 끊어주었다. 온한  걸의사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 , 엄마의 사망신고서를 제출했다. 나는 아버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송장을 붙들고 사는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가 집을 떠났고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 아버지도 어디에선가 잠들어 버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 시간씩 몸을 돌려 통풍을 해줘야 한다. 나는 피부가 빨갛게 짓무른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며 엄마의 몸에 비누칠을 했다. 수면병에 걸리기 전 엄마는 보통의 중년부인처럼 푸짐한 살집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는 쿠르베의 <<샘>>에 나오는 멱을 감는 여자와 똑같은 뒤태를 가지고 있었다. 늙어서 낙이라고는 텔레비전 드라마 연속극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조용필의 노래, 낮잠, 간식 먹기가 전부였던 엄마에게서는 뼈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턱과 무릎에는 둥글둥글한 살들이 붙어 있었다. 집에서 편하게 입은 꽃무늬 잠옷을 입고 엄마가 엎드려서 걸레질을 할 때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밖으로 삐져나온 거대한 가슴살들이 보였다. 나이가 들어서 늘어지기는 했지만 엄마의 젖가슴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 엄마의 젖꼭지에서는 유즙이 자주 흘러나왔다. 폐경을 하고서도 썩은 젖을 짜냈다. 지금 엄마의 몸은 고대 유물 박물관에서 봤던 여자 미라와 닮아 있다. 엉덩이에는 핸드백 하나는 나올 것 같은 쭈글쭈글한 살가죽들이 늘어져 있다. 튀어나온 엉덩이뼈가 이불이나 바닥에 마찰되면서 살이 닳기 때문에 욕창이 생기기 십상이다. 저번에 등에 욕창이 생겨서 치료 하느라 애를 먹었다.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등이 굽은 공룡의 뼈처럼 척추 뼈가 도드라져 있다. 경추에서 엉덩이뼈까지 천천히 뼈의 개수를 세어 나갔다. 엄마가 이렇게 얇고 가는 뼈로 만들어진 사람인지 예전에는 몰랐었다. 엄마의 몸에서 가장 늙은 부위는 발이다. 수면병으로 인해 십삼 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피곤한 모습이다. 엄마는 평생 무좀을 달고 살았다. 잠든 발가락 사이에서 세균들은 더욱 활개를 친다. 주름투성이에 사포처럼 거친 피부는 굳은살과 각질로 둘러 싸여 있다. 엄마는 내게 하이힐을 신지 말라고 했다. 젊은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신던 하이힐 때문에 엄마의 발은 심하게 휘어져서 기형이 되어 있었다.
  내가 일하는 생태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백악기 정원이다.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생물들이 야생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나는 박물관이 폐관한 야간 시간 동안, 박물관의 전시품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디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이름의 영어 표기가 잘못 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좀 더 좋은 전시 방법이 없는지 묘안을 짜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다. 박물관에 견학영어는 어린은 이들은 만지지 말라고 해도 꼭 전시품에 손을 대서 망가뜨린다. 백악기의 제왕이었던 티라노 사우르스는 다리뼈를 잃고 와르르 무너졌다. 내일 개관 전까지 다시 살려 놓아야 한다.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시실 불이 꺼졌다. 한가한 것이 아니었기에 좀 곤란했지만, 사라진 연결 고리 하나를 못 찾아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음흉한 장난이 싫지는 않았다. 먼지 냄새가 나는 어둠 속에서 손이 다가와 나를 눕혔다. 티라노 사우르스의 머리 모형에 부딪친 나는 낮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나는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손이 가는 대로, 그러나 성급하지 않게 서로의 옷을 벗겼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실수를 하는 법이 없다. 정확하게 가슴 아래에 있는 점을 입술로 꾹 눌러주고 살짝 깨물었다. 맨 먼저 가슴 아래에 있는 점에, 그 다음 엉덩이에 난 점에 키스한다. 쇄골에서 시작해서 어깨뼈 위를 입술로 문지르다가, 척추를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간지럽다고 발버둥을 쳤다. 그가 복숭아 뼈에 연거푸 소리를 내면서 뽀뽀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천장에 날고 있는 시조새의 텅 빈 몸통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여기저기 뼈 천지야. 우린 지금 뼈 위에서 섹스하고 있어. 내 말에 그가 대답했다. 그러네, 진짜 뼈가 아니라서 아쉽네. 새벽에 출근한 박물관 경비가 전시실을 돌아보고 있을 때, 그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열심히 티라노 사우르스를 맞추고 있었다. 아까 나와 머리를 박은 녀석의 애꿎은 머리에는 살짝 금이 가 있었다. 결혼 하자, 그가 대뜸 내게 발톱 뼈를 내밀었다. 큼지막한 발톱에는 반지가 걸려 있었다. 반지가 내 손안으로 떨어졌다.
  삼년 전에 그는 그냥 직장 동료였다. 수면병 환자 가족들의 모임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도 나처럼 잠든 어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살고 있었다. 의학적으로 수면병 환자는 식물인간이나, 뇌사 상태의 환자들보다 더 정상적인, 건강한,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게 무슨 현대판 고려장이냐며 그가 울분을 토했다. 나는 모임 밖에서 그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잠든 엄마를 돌보는 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는 내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꼭 지키기로 약속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수면병 환자의 모임에 뜸해지다가, 아예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를 매일 직장에서 보면서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그리고 직장 동료로서 그의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날 그는 흙냄새가 나는 몸으로 나와 섹스를 했다. 
  나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지 못했다. 그는 결혼하기 전에 엄마를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섹스 후의 열기가 다 식어버렸다. 내게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줘. 이런 바보 같은 대답을 했다. 대체 무엇을 더 생각해 보고 대답한단 말인가. 내가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지금까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봐주었다. 어쩐지 그의 눈빛이 예전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박물관에서 시달리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를 돌보고 나면 녹초가 되어 쓰러진다. 옆집 초인종 소리는 걸핏하면 내 잠을 달아나게 만들었다. 오늘도 십 분이 넘도록 초인종이 심벌즈 같은 소리를 내었다. 낮부터 옆집 남자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그가 불쌍했다. 그는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다. 다림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구겨지고 노란 얼룩이 남아있는 와이셔츠, 비뚤어진 넥타이. 대체 옆집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 여자일까? 여자는 살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문 앞에는 매일 배달 음식 그릇이 있고, 아파트 쓰레기장까지 나가지 못한 쓰레기봉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닐 사이로 비치는 내용물들로 보아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 저번에는 터진 봉투 사이로 음식물 쓰레기가 흘러 나와 복도 안에 악취가 돌았다. 옆집 남자 말고 그 여자네 집 초인종을 지독하게 눌러 대는 사람은 경비 아저씨다. 옆집 여자는 경비 아저씨의 부름에 한 번도 답한 적이 없다. 집안에만 처박혀 사는 것을 뻔히 아는데 여자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불쌍한 옆집 남자는 문밖에 주저앉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집안 청소를 열심히 했다. 꽉 찬 옷장에서 입지 않는 옷들을 정리했다. 유행이 한물가고 엉망이 되어버린 옷들은 가차 없이 버리고, 입지 않는 계절 옷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엄마의 낡은 옷장은 좋은 창고다. 내 계절 옷들을 정리하면서 엄마의 옷들을 살펴보았다. 엄마의 처녀시절에 유행했을 거라 짐작되는 촌스러운 분홍색 투피스 정장을 꺼내 보았다. 드라마에서 아줌마 배우가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와 깜짝 놀랐었다. 바지 30인치도 힘겨운 뚱뚱한 중년 아줌마는 허리 24인치의 치마를 버리지 못했다. 엄마는 주기적으로 그 옷을 세탁소에 맡기며 잘 관리했다. 엄마는 딸에게 예쁜 옷들을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나는 엄마의 옷들이 싫었다. 겨울 코트를 사달라고 했는데 엄마는 처녀 시절 입던 코트를 내게 주었다. 내가 그 코트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후 엄마는 자신의 옷을 내게 권유하지 않았다. 옷장에서 그 문제의 코트를 꺼냈다. 그동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눅눅한 냄새가 나고 색이 바랬다. 조금만 손봐서 빈티지 가게에 내다팔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나름의 직업적 심미안으로 골동품적 가치가 있는 옷 몇 벌을 남겨두고, 나머지 쓰레기들을 갖다 버렸다. 개운했다. 엄마한테 미안했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쓰레기들은 정신을 사납게 만든다.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악몽을 꿀 지도 모른다.
  ‘수면병은 새로운 죽음의 방법이다. 그것은 병이 아니라 영원한 안식을 선택하는 사람의 권리다.’ 내가 계속 이렇게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 엄마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엄마가 다시 깨어나서 내게 말을  다것이라는 어리석은 희망을 갖고 있지는 않다. 잠마가엄마보다 망을 반지는 내게 ’ 많은 희망과 미래를 약속해 준다. 그러나 엄마는 철 지난 옷들처럼 쉽게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버리지 못해 쌓아두는 잡동사니들도 아니다. 엄마가 을  돌봐왔던 것처럼, 나도 똑같이 엄마를 돌봐주고 있다. 효도와 의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십 삼년 동안 내 생활 속에서 엄마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 커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잠만 자고 있지만 나는 지는보다 더 엄마에게 진한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우에서 수면병에 걸리기 는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어째서 엄마는 잠짤서 버린 것일까? 나는 바이러스를 무시하고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엄마에게서는 생기가 늘 없었다. 자신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가져다 주지 않는 늙많은뀠편,함께 커버려서 와 의별 관심이 없는 딸,함늙어서 여자의 . 을 잃고 뚱뚱하고 축 늘마의 중년부인 있들 늘 맆있는래주는 것많은잠 밖에 없었을 것이다. 와 의처박혀 생활하는 엄마의  시간 답답뉴마의주 화맆있?지는보다미련한 겨울고 있자고 있는 망녀축 늘심했었다. 엄마가 우울증심이 어서 병원 의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나는 늦게라도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다.
  옆집 남자는 더 이상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다. 그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투쟁을 포기한 그가 더욱 불쌍하게 느껴졌다. 박물관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외국에서 들여온 고대 미라들이 다 가짜라고 밝혀졌다. 시체들을 들여오기 위해서 거액의 돈을 투자했던 박물관 관장은 미라들을 다 박살냈다. 미라 말고도 다른 유물들 또한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다. 트럭이 와서 쓰레기들을 싣고 갔다. 저 가짜 유물들은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분명히 골동품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서 새로운 자리를 잡으며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줄 것이다. 가짜 미라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시체가 들어왔다. 그녀는 원시인들의 두개골이나 구강 구조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였다. 씁쓸한 얼굴의 관장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미라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은 아니지. 사람들이 미라 같은 시체를 좋아하니까 대신 가져다 놓은 거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면병에 걸렸던 여자의 몸이다. 시체라 할 수도 없다. 일단 그녀는 아직도 살아있는 몸이니까. 그녀도 엄마처럼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고, 신경 써서 몸을 청결하게 관리해 줘야 한다. 너 이런 일 매일 하니까 잘 하겠네. 관장이 그녀를 내게 맡겼다.
  그와 오랜만에 만났다. 여자 미라 앞에서. 나는 머리가 차갑지 못해서 화를 내는 방법 밖에 알지 못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생각을 해 왔던 거야.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어떡해.”
  내 목소리가 복도 안에 울렸다. 폐관이 된 박물관에서 메아리가 되어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그는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당신은 나를 이해해 줬잖아.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잖아.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잖아. 근데 왜…….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언제 너를 이해 못한다고 했었나. 충분히 이해해. 그런데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잖아. 이제 네 앞길도 생각해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살려고 그러는 거야? 너는 내 생각은 안하니?”
  “당신은, 당신 어머니는?”
  그는 아주 약간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약간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분인걸.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는 내게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헤어지는 것 말고 우리에게 남은 게 대체 뭘까? 백악기 정원에서의 추억이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박물관의 그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고작 수면병 환자의 몸일 뿐이다. 사람들은 새삼스럽게 수면병 환자가 오십 년이 넘도록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나는 매일 밤 그녀를 목욕시켰다. 엄마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엉뚱한 여자를 돌봐야 했다. 노화로 인해 그녀는 머리카락이 얼마 없었다. 관장의 명령으로 나는 그녀에게 가발을 씌웠다. 관람객들은 흉하게 늙어빠진 수면병 환자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성 베네딕트 수도원에 있는 122년 동안 썩지 않는 아름다운 수녀의 시체는 사람들에게 큰 영적 감동을 준다. 그와 동시에 미적 감동도 필요하다. 탄력 있는 피부를 위해 움푹 꺼진 그녀의 볼에 보톡스를 주사했다. 아침에는 얼굴 각질을 제거해주고, 스킨과 로션을 발라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그 위에다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고 화사한 빛깔의 파우더를 덧칠해준다. 아이쉐도우를 바르고 생기를 위해 볼과 입술에 색을 입혀준다. 밤이 되면 클렌징크림으로 꼼꼼하게 화장도 지워준다. 깨어있다면 팔십 세쯤 되었을 노인은 처녀처럼 보인다.
  엄마의 몸에 욕창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큰돈을 들여 엄마를 병원에 입원시켜해야 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매일 늦은 밤에 아파트 주변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 유령이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한 심령술사가 이렇게 말했다. 수면병 환자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영혼이 우리의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나는 멍청하게도 그 소문에 대하여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유령의 정체는 금방 밝혀져서 허무해졌다. 옆집 여자가 매일 잠옷 바람으로, 맨발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옆집 여자가 원래 정상은 아니었는데 결국 미쳐버린 것 같다고 주위에서 수군거렸다. 엄마가 옆에 없어서 마음이 불안하고 잠이 오질 않았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가 옆집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여자는 아파트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었다. 소리가 그친 후, 여자는 치마를 정리하고 천천히 일어났다. 여자는 나를 보고 배시시 웃음을 쪼갰다. 나는 오줌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잠이 안 오시나 봐요? 이 시간에 산책을 다 다니시고 말이에요.”
  그 여자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아파트 안의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여자와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나도 잠이 안와요.”
  그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인가. 그녀가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요 며칠째 잠이 계속 안와요. 낮잠을 자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하루 종일 잠이 안와요. 커피도 끊었어요.”
  “정 힘드시면 수면제를 드세요.”
  기분이 좋지 않아서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여자가 내 팔을 붙잡았다. 여자의 몸에서 오줌 냄새가 났다.
  “도와줘요. 잠이 안 온다고요. 자고 싶어요.”
  나는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억센 손아귀가 더욱 살을 잡아당겼다. 굶주린 듯한 여자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소름이 끼쳤다.
  “왜 나한테 도와 달라는 거예요?”
  “당신은 잠을 잘 자니까요. 나는 매일 당신의 숨소리를 들어요. 조용한 밤에 우리 집 거실 벽에 귀를 딱 붙이고, 꼼짝하지 않고 기다려요. 당신이 잠자는 소리가 들어요. 매우 편안하게 고른 숨소리죠. 당신 옆에 잠든 여자의 숨소리도 들려요. 어떻게 그렇게 행복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거죠, 두 사람?”
  미친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여자의 팔을 뿌리쳤다.
  “미친 년.”
  “난 미친 게 아니에요. 제발 도와줘요.”
  옆집 남자가 생각났다. 매일 현관문 앞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잠을 자던 그 가련한 남자.
  “당신, 그전까지 잠을 많이 잤죠?”
  “그래요, 언제나 피곤해서 잠을 많이 잤어요.”
  “초인종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이.”
  “네, 언제나 깊이 잠들어요. 그래도 매일 피곤해요. 잠을 자고 싶어요. 나는, 지금 이대로는 죽을 것 같아요.”
  “그럼 죽어버리면 되겠네.”
  그녀의 몸에 욕창이 생겼다. 절대 내 관리 소홀이 아니다. 전시된 채로 몇 시간씩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고, 통풍도 되지 않는 유리관 속에 있으니 당연히 욕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병원에 보내서 치료를 받게 해야 했다. 그러나 돈이 없다는 핑계로 관장은 내가 더 헌신적으로 그녀를 돌볼 것을 요구했다. 가증스럽게 살아있는 척 하면서 온갖 호사를 다 누리고 있다. 그녀는 편하게 잠자는 방법을 선택해놓고,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관장은 그녀를 웃게 만들라고 했다. 나는 보톡스로 인해 마비된 그녀의 얼굴 근육을 매만져 미소를 만들어 주었다. 엄마가 병원으로 들어가고, 박물관의 그녀를 돌보게 되면서부터 나는 악몽에 시달렸다. 매일 밤 그녀를 죽였다. 흉기로 미라의 몸을 난자하고, 토막 내고, 욕을 보이다가 깨어났다. 잠을 자는 것이 힘들어졌다. 어느 때보다도 엄마가 필요했다.
  술 취한 옆집 남자가 밖에서 자다가 죽었다. 경찰들은 집 안에서 잠들어 있는 옆집 여자를 발견했다. 결국 소원대로 불면증에서 벗어나 잠을 자게 되었으니 축하해 줄 일이다. 수면병 환자가 있던 방이라며 아무도 옆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우리 집이 마치 수면병 바이러스의 숙주라도 되는 듯이 수군거렸다.
  백악기 정원의 천장에는 큰 잠자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잠자리는 하루살이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나타난 원시 곤충이다. 그들의 조상은 삼억 년 전에 나타났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보다도 훨씬 오래 옛날이다. 화석으로 남은 원시 잠자리들은 60~70cm나 되는 큰 몸뚱이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잠자리는 이억 삼천만년 전에 나타난 것들이다. 잠자리들은 끈질기게 번식하고, 진화하며 생명을 이어왔다. 티라뇨 사우르스가 백악기 말에 종말을 맞이한 것과는 달리 말이다. 수면병으로 인해 “인류는 오십 년 안에 멸망할 것이다”라고 어떤 과학자가 예측했지만, 그것도 결국 한물간 종말론이 되어버렸다. 깨어있는 인류는 지금도 많이 섹스하고, 많은 아이를 낳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녀가 설사를 했다. 내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닦고 있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피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정말 죽이고 싶었다. 어차피 죽여 보았자 살인죄가 아니라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것이니 해볼 만했다.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내 주위에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깨끗이 씻었는데 냄새가 나는가 싶어서 코를 킁킁거렸다. 정말 나한테서 냄새가 났다. 당황해서 아무 역에나 내려서 거울을 봤다. 머리카락에 끝에 똥이 묻어 있었다. 나는 내 손톱 끝을 살펴보았다. 꼼꼼히 씻었다고 생각했는데 찌꺼기가 껴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가서 그녀를 죽였다. 목을 조르는데 그녀가 눈물을 흘렸다. 내일 아침이 되면 눈이 퉁퉁 부어서 꼴도 보기 싫을 것이다. 그녀의 숨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 날을 기다려왔다. 기적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나와 엄마에게도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잠꼬대 말고 정말 엄마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 서약을 하는 딸을 보고, 보통의 엄마들처럼 손수건이나 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울지 마. 화장이 지워지잖아.”
  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는 실신이라도 할 듯 울어 외국인 승무원을 불안하게 했다.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
  “장모님은 이제 겨우 당신 시집보내시고 마음 놓고 편하게 계실거야. 그래, 당신 마음 이해해. 일부러 어머니 자리도 만들어 놓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실 줄이야.”
  “있잖아. 무언가 이상해. 자기야, 누가 우리 엄마를 죽인 것 같아.”
  “진정하고, 이거 먹고 일단 한숨 푹 자.”
  나는 그가 준 진정제를 받아먹고 잠을 청했다. 잠이 무겁게 쏟아졌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김소현作(인문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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