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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즐거웠던 대학 시절, 성남일화 김정우
짧지만 즐거웠던 대학 시절, 성남일화 김정우
  • 김향지 기자
  • 승인 2009.12.13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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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알고 기억하는 화려한 스타는 아니다. 축구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선수 알아?”하고 물었을 때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오기가 일쑤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을지라도, 필드의 최중심에서 공수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김정우(체교 01)를. K리그 29라운드를 앞두고 있던 지난달 2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의 살림꾼 김정우를 만나 보았다.


짧았지만 즐거웠던 대학 시절

사진 이희재
요즘이야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이른 나이부터 프로에 뛰어드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지만, 고교 선수라면 누구나 명문대 축구부에 진학하여 대학 졸업장을 딴 뒤 프로팀에 입단하는 정도(正道)를 걷는 것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멀리는 이회택, 차범근부터 가까이는 홍명보, 서정원 그리고 박지성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들이 바로 그 길을 통해 축구인으로서의 인생을 펼쳐 나갔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설 무렵. 고교 무대에서 난다 긴다 하는 어린 선수들이 졸업 후 프로로 직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종수, 이동국을 필두로 하여 조재진, 김동진, 김두현 등의 선수들이 학사모 대신 연봉을 선택했다.

부평고등학교 3학년 시절, 김정우 역시도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일단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 학년 위 선배인 최태욱과 박용호도 이미 졸업과 동시에 곧장 안양 LG에 입단한 상태였다. “집도 어려웠고, 앞으로 언제 어떻게 부상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우선 돈을 받고 프로에 가서 운동을 하면 솔직히 좋잖아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코치 선생님께서 고려대학교 코치로 가시면서 저도 오라고 부르시더라고요. 그래도 절 지도해준 스승인데, 어떻게 모른 체하고 프로로 가버리겠어요. 그거 하나 보고 대학을 갔어요.”

은사와의 의리 때문에 택하게 된 대학이었지만, 우리학교 선수로서 뛰었던 2년을 자신의 선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재미 있게 축구를 했던 시기라고 김정우는 회상한다. 감독의 주문에 따라 선수의 포지션이 수시로 변경될 수도 있는 것이 대학팀의 현실이지만 그는 중학교 때부터 뛰었던 중앙미드필더 자리를 꾸준히 지키며 입학 첫 해부터 주전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다. 0대 1로 패했던 2001년, 그리고 4대 1로 승리를 거둔 2002년 정기전에도 모두 출전을 했었다.

그리 먼 옛날도 아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축구로는 연세대보다는 우리학교를 더 쳐 주었다. 이천수(체교 01)나 최성국(체교 03) 등이 그 무렵 우리학교를 다닌 선수들이었으며, 김정우의 동기들 중에서도 다섯 명이 청소년대표팀 출신이었을 정도로 당시 멤버들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멤버가 좋다고 해서 늘 이기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게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즐거운 대학 생활이었다.

그렇게 2학년까지 마친 뒤 김정우는 학업을 중단하고 2003년 울산 현대에 입단했다. 당시는 드래프트 제도가 부활하기 전이었는데, 그의 경우에는 처음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2년 뒤에는 프로로 진출하기로 얘기가 돼 있었다고. 2학년이 된 이후 학기 중에 계속 프로팀들과 접촉을 하던 끝에 울산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미련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는 대학을 끝까지 다니고 졸업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단다. 본래 우리학교 재학생으로 학적이 등록된 상태로서 한 학기만 더 채우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행정 상의 문제로 결국 제적 처리가 되었다.

운동선수들은 직업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일단 운동을 할 수 있을 때 빨리 프로에 가서 스스로 돈을 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그이지만, 다시 고3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김정우는 여전히 대학을 선택하겠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프로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졸업장도 필요하고, 대학생활을 즐기며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프로는 대학 때 열심히 뛴 다음에 가도 크게 늦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프로를 갔다가 대학을 가는 건 사실상 힘들잖아요.”


2004년과 2012년, 올림픽을 말하다

화제를 지난 8월 이집트에서 열렸던 세계청소년선수권(U-20)대회로 돌려 보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모두 참가한 당사자로서, 다음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주역이 될 현 청소년대표팀의 전망에 대해 김정우는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청소년대표팀 경기는 가나전 한 게임만 봤는데, 과거의 제가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저는 왜 저렇게 못 했을까 싶을 만큼 너무 잘 하더라고요.” 지난 2004년, 사상 최초의 올림픽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올림픽대표팀은 ‘실패’로 평가되었다. 역대 최강으로 손꼽혔던 멤버들이 총출동해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고, 내부적으로는 메달 획득, 그리고 그것을 통한 군 면제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그땐 큰 무대에 대한 경험도 없었던 데다, 어린 나이에 대회에 나가서는 우승하면 군대 빼준다 메달 따면 빼준다 이런 얘기를 듣는 게 물론 동기부여도 됐지만 반대로 부담도 됐어요. 아시안게임도 쉬울 거라 생각을 하는데 의외로 중동 팀을 비롯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한테 우리가 지잖아요. 그게 꼭 이겨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나와의 경기에서 구자철(21, 제주 유나이티드)의 플레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김정우는 지금의 청소년대표팀이 자신의 세대에 비해 훨씬 전망이 밝다고 이야기한다. “그 경기를 보고 나니, 지금 이대로만 어린 선수들이 쭉 성장하고 발전한다면 다음 올림픽에서는 저희가 이뤘던 2004년 8강의 성적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리그, 그 명과 암

문득 U-20 대회를 마친 뒤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이 했던 발언이 떠올랐다. 다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재의 유망주들이 제 기량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을 국가적 차원에서 조성해 주어야 하는데, 국내의 여건이 그렇지 못한 탓에 어린 선수들이 J리그로 빠져나가고 있어 우려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J리그 진출이 당장의 연봉과 프로 선수로서의 지위는 보장해 줄 수는 있어도, 적어도 ‘따뜻한 밥’을 먹으며 훈련할 수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으며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고야 그램퍼스 소속으로 직접 J리그에서 두 시즌을 보낸 경험이 있는 김정우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오전 훈련이 있는 날은 빵과 우유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운동을 하러 갈 수도 있었다. “생활을 해 보니까 제일 불편했던 게, 어머니가 안 계실 때면 운동하고 오면 피곤한데 밥 해먹고 설거지 하고 이런 게 너무 귀찮은 거에요. 그리고 좀 많이 심심하기도 했어요. 일본어가 안 되니까 대화할 사람도 없고 너무 외롭더라고요.” 구단 측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2008년 K리그로 돌아온 김정우는 지금의 어린 선수들 또한 일단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무조건 일본에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어느 정도 프로 경험을 쌓고 간다거나, 결혼을 하고 간다거나 하는 식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해서 J리그가 단점투성이라는 것은 아니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J리그의 구단들은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준다. 경기 당 평균 관중의 수도 K리그의 수준을 상회한다. 일례로 막강한 규모의 서포터즈 그룹을 자랑하는 우라와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김정우는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내내 창 밖으로 우라와의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단다.

J리그의 수준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일본은 미드필드만 강할 뿐 공격과 수비 면에서는 뒤떨어진다는 견해를 내세우지만, 김정우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축구 팬들이 일본은 플레이가 느슨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막상 가서 뛰어 보면 그렇게 느슨하지도 않아요. 보기에나 그렇지,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올해 한일 올스타전 조모컵 경기 때도 또 한번 느꼈지만, 정말 힘들더라고요. 워낙 조직적으로 움직이니 패스를 줄 데도 마땅히 없고. 골 넣는 능력은 한국 선수들이 더 나은 것 같은데, 확실히 미드필드는 일본이 상당히 뛰어나요.”


리그와 FA컵 우승하고 상무 간다

82년생, 올해로 스물여덟 살인 김정우는 광주 상무에 입대를 신청한 상태이다. 만 27세 이하의 선수들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된 탓이다. 언젠가는 가야 할 곳이라고는 해도 군 입대를 앞둔 대한민국 남자의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터, 그러나 김정우는 담담했다. 오히려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에 성공하고 오는 8일에는 수원과의 FA컵 결승까지 앞두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당장 남아있는 경기들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감독부터 시작해 선수단의 평균 연령이 만 25세가 채 안 될 정도로 젊은 피로만 이루어져 있는 성남인지라 시즌 초반에는 팀 운영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오히려 이 덕에 경기장에서 선수들끼리 뭉치는 힘이 더 강해졌다고 주장 김정우는 말한다. 상승세를 탄 김에 우승까지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제 목표가 군대 가기 전에 우승하고 가는 거에요. 자기가 뛰고 있을 때 소속팀이 우승하면 좋잖아요. 어느 팀에 가서도 우승 한 번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인터뷰가 이루어졌던 날로부터 이틀 뒤, 주말 리그전에서 성남은 경남에게 4대 1이라는 큰 점수차로 패하고 말았다. 김정우는 경고누적으로 인해 출장을 하지 못했던 상황. 1주일 뒤인 지난 1일 치러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다시 그라운드에 나서 1도움을 올리며 팀의 3대 0 승리를 이끌었으니, 결국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 방증된 셈이다. 올 한 해 동안 정규리그 26경기에 출전하여 4골 4도움을 기록한 성남의 ‘뼈주장’ 김정우, ‘가는 팀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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