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11:29 (토)
‘Play True’, 도핑검사관의 세계
‘Play True’, 도핑검사관의 세계
  • 김명선 기자
  • 승인 2009.12.13 0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LB의 베리 본즈, NPB의 다니엘 리오스, KBO의 에르난데스. 이 세 선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으로 야구선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선수들 모두 도핑테스트에서 약물 양성 판정을 받아 선수로서의 명예를 한 순간에 잃게 됐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스포츠를 좀 더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으로 만들기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남모르게 땀흘리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도핑검사관이다.


도핑의 어원

도핑(Doping)은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종교행사에서 흥분제로 사용되어진 독한 술’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1899년 영어사전에 ‘말에게 사용되어지는 아편 혹은 마약성 약물의 혼합물’을 의미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하였고, 현재는 ‘불순물을 타는 행위’로 주로 해석한다. 의역하자면 ‘운동에 있어 순수성을 잃은 약물을 사용’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 불순물을 찾아내는 것이 도핑테스트의 의의다. 최초의 도핑테스트는 1968년 프랑스 동계올림픽부터 실시됐다.


누구나 가능하다

도핑검사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수많은 시험관과 이공계 실험실 근처서 자주 봄직한 흰 가운을 연상한다. 의과대학이나 임상병리학과를 졸업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은 ‘누구나’ 지원은 가능하지만,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도핑에 필요한 지식들은 반도핑기구인 WADA(World Anti-Doping Agency)의 산하단체 KADA(Korea Anti-Donping Agency)에서 교육을 지원해준다. 선수들과 스포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꼼꼼한 교육은 필수다. 함께 도핑테스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일단 도핑검사관 후보관 교육을 이틀동안 받게 되고, 일 년마다 보수교육을 받아야 자격이 연장된다. 후보관 교육 후 간단한 실기 시험과 평가 시험을 보게 된다. 일하는 과정부터 도핑과 관련된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스포츠 전반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주로 현장 실습을 통해 공부하게 된다.


꼼꼼함은 필수!

도핑검사관이 된다면 책임감과 꼼꼼함은 필수이다. 서류에 작성할 사항이나 항목이 많아 헷갈려하거나 잘못 기입할 경우 한 선수의 상태가 완전 잘못 기록된다. 순식간에 순수한 스포츠맨이 약물을 복용한 ‘범법자’로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선수 개인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한편으론 선수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검사관으로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불법 약물이 아님을 입증하고 번복하는 과정은 험난할뿐더러 선수 개인 커리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 특성상 해외에 보낼 서류까지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간단한 영문 서류 작성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열린 소년체전에서 뛴 선수일지라도 언제든지 해외에서 요청한다면 그 선수의 도핑 검사 결과를 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 시기와 매력

지원 시기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도핑검사관이 되고 싶다면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http://www.kada-ad.or.kr/)에서는 불규칙하게 도핑검사관 선발 공고를 내린다. 매일같이 홈페이지를 한 번씩 체크해보며 공고가 뜨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한 번 검사관에 선발되면 KADA에서 교육과 관리를 통해 일년 동안 활동을 보장해준다. 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잦은 결석이 있다면 검사관의 자격이 박탈된다. 결원이 생길 때마다 뽑는 방식이기에 비주기적으로 공지가 뜰 수밖에 없다. 검사관 경험을 쌓은 이후 국제자격증 시험을 통과한다면 국제대회 도핑검사관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 ‘아무나’ 뽑는 것은 맞지만, 가끔씩은 제약이 있기도 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는 청소년 대회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회 수만 해도 일 년에 3천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탓에 경비를 조금 아끼기 위해 지원자가 ‘현재 사는 곳’을 기준으로 지역할당제를 두어 뽑는 것이다. 결론은 눈치싸움과 운이다. 꾸준한 관심을 갖는 자만이 도핑검사관의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도핑검사관으로 일하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평소에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다가 배치되는 대회의 일정에 따라 파견되는 시스템이다. 하루 일당은 약 10만원. 거기에 식대비는 따로 지급된다. 거주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출장할 때는 교통비와 숙박비가 추가적으로 제공된다. 대회를 주관하는 협회에 따라 최고급 호텔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혹여나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검사관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도핑선수 지정을 위해 국제 스포츠 기구의 높은 사람들과 잦은 미팅을 가지며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 작지만 스포츠외교활동을 해 볼 수 있다. 스포츠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호사나 큰 경험은 없을 것 같다. 전문적으로 자기계발을 한다면 ‘국제도핑검사관’이 될 수도 있지 않는가.


도핑검사

금지된 약물은 종목별로 차이가 있다. 교육 과정에서 가장 애먹는 일이란다. 도핑의 대상자인 선수는 모든 선수가 검사를 받는 전수검사가 아니다. 각 대회나 연맹별로 정해진 룰이 다른 로컬 룰(Local Rule)인 셈이다. 일등에겐 도핑검사가 필수다. 나머지 참가 선수들은 무작위로 명단에서 선택되거나 단체스포츠라면 뽑기를 통해 도핑테스트를 시행해야 한다.

대상자에 선정되면 경기 전이나 경기 후에 일정량의 소변을 채취해야 한다. 보통 90ml를 채취하는 편이다. 검사관이나 선수의 고욕은 바로 이 때부터다. 경기를 하기 위해 선수들이 긴장한 탓에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기 때문에 금세 소변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보통 검사가 마치는 데까지는 1~2시간이 걸리지만, 심한 경우엔 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고 한다. 선수들이 소변을 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검사관의 역할이다. 한 치라도 부정행위로 빠져 나갈 틈을 내어 주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같은 성별의 감시관을 배치하지만, 사춘기의 선수들은 도핑테스트를 가장 힘겨워 한다고 한다.


About 도핑

도핑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IOC는 도핑에 관련되어 한 번이라도 처벌 받은 경험이 있는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참가를 근본적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이 수정됐다. 각 협회별로 선수 자격 박탈이나 출전 금지 등 점차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IOC는 도핑테스트를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붓고 있다. WADA는 IOC의 막대한 후원과 회원국들의 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도핑 연구에 사용하고 있는 1년 예산은 약 15만 달러정도. 일본의 약 10분의 1 수준이지만 도핑검사나 검사관의 수준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있다.

도핑테스트에서 채취된 시료는 어떻게 될까. 냉동 보관을 통해 시료는 8년 동안 보관된다. 은폐제, 약의 복용을 숨길 수 있는 또 다른 약들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약물 복용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IOC가 투자하는 막대한 예산 중 대부분 약물 검출제의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언제든지 예전의 시료를 다시 실험해보기 위해 시료를 잘 냉동보관하고 있다.


금지약물, 먹지도 받지도 말자!

적발 시에는 모든 것은 선수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선수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처음에 뜨는 ‘Play True’라는 캐치프라이즈가 눈에 띈다. 우리가 화려한 경기에 열광하고 있는 동안 도핑검사관들은 스포츠가 줄 수 있는 진정한 매력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약물 복용을 막는 것은 공정한 스포츠를 추구하려는 뜻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건강을 위해서임을 깨달아야한다. 금지된 약물의 부작용 사례는 끊임없이 밝혀지고 있는 만큼 선수들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할 것이다.



궁금증 #1. 심판도 도핑테스트를 한다?

심판은 그라운드의 ‘판관포청전’이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깔끔하게 판단해야 한다. 예전엔 경기 전날 약주 한 잔씩 걸치고(?) 심판을 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엔 도핑테스트까지는 아니지만 음주측정기를 통해 ‘더~더~더’를 외치며 간단한 ‘음주측정’을 경기 전에 항상 진행한다.


궁금증 #2. 전국체전 MVP 김하나는 어디에?

전국체전에서 육상 4관왕을 차지하며 MVP를 수상한 ‘육상 얼짱’ 김하나는 시상식을 마친 후 기다리던 취재진을 뒤로 한 채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가야만 했다. 우승자는 도핑테스트를 반드시 거쳐야만 하기 때문에 도핑검사를 하러 간 것. 그녀를 기다리던 수많은 취재진들은 ‘닭 쫓던 개’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더 기다려만 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승자만이 즐길 수 있는 고통’이랄까.


궁금증 #3.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밤을 새워 기다린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사춘기 소년 소녀들에게 남들이 보는 앞에서 소변 채취란 굉장히 곤욕스러운 일이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물을 줘가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외국의 경우에는 맥주를 줘서 특효를 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알코올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에 아직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궁금증 #4. 도핑으로 명성을 잃은 이는 누구

대표적인 예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1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벤 존슨(캐나다) 선수다. 이 선수의 적발로 약물에 대한 경각심과 연구가 심화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으로 진출한 리오스의 약물 적발은 국내 야구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올해 삼성에서 뛰던 에르난데스는 퇴출 이후 약물 적발이 밝혀져 논란 대상이 되었다. 최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사격에서 메달을 차지한 김정수(북한) 선수가 메달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