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스포츠, 희생과 팀워크의 스포츠 미식축구. 그동안 SPORTS KU에서는 대학스포츠가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만들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예로는 비전 선포식, 튜터링제도, 서울대 축구부 소개 등이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미식축구의 시스템과 상황을 살펴보면서, 미식축구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대학스포츠의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도봉구장
18일 일요일 도봉구장에서 열린 미식축구 대학리그 서울지역 결승. 우리학교는 준결승에서 서울대에 마지막 짜릿한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결승에 올라왔다. 홍익대와의 결승. 우리학교는 우승을 위해 끝까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승리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국 역전에 실패하며 서울지역 2위로 전국대회에 진출했다.

최후의 승패를 가르는 1인치의 싸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피와 땀으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남자들의 스포츠, 열정과 낭만의 스포츠 미식축구. 이렇게 격렬한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운동만 알고 살아온 선수가 아닌 우리와 한 강의실에서 같이 공부하고 시험기간에 밤새 책과 씨름하는 바로 옆에 있는 학우들이다. 그렇다면 미식축구는 왜 프로 선수가 없을까? 우리나라에는 왜 미국의 NFL과 같은 프로리그가 없는 걸까? 그것은 우리나라에 미식축구가 들어오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미식축구의 도입
미식축구는 우리나라에 1945년 광복과 함께 도입됐다. 해방 전 일본에서 경기를 접했던 사람들이 모여 선수와 코치로 활약하며 우리나라에 미식축구의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이 후 여러 가지 문제로 창단과 해체를 거듭하던 미식축구팀은 1957년 미국의 장비기증으로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우리학교를 비롯한 7개팀이 창단되었다. 1962년에는 최초로 미식축구대회를 개최하기 이르렀다. 서울지역에만 머물던 미식축구는 1976년 동아대학교를 필두로 부산, 경남지역과 대구, 경북 지역으로 확대되어 오늘날 36개 대학팀과 21개의 사회인팀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의 순수한 협회로 구성됐다. 현재 대학팀과 사회인팀을 총괄하고 대회를 주관하는 협회는 대한미식축구협회다.

대한미식축구협회
대한미식축구협회(KAFA)는 대한체육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 스포츠 조직이다. 미식축구가 다른 스포츠와 달리 독특한 시스템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식축구는 도입 때 미국에서 공부를 했던 유학생이나 교포들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공부와 운동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 즉 운동하는 기계가 아닌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목표로 하는 미국식 시스템이 우리나라의 환경에 맞게 정착했다. 미식축구협회가 대한체육회에 가입하려면 실업팀을 조직해야 하는 엘리트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때문에 미식축구협회는 체육 특기생도 없고 실업팀도 없는 대학생 리그와 사회인 리그를 기반으로 하는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한다.

슈퍼볼? 김치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식축구 리그는 어떻게 조직되어 있을까? 메이저리그, NBA와 같이 미국 전역을 들끓게 하는 슈퍼볼(Super Bowl)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최고의 팀을 가리는 김치볼(Kimchi Bowl)이 매년 벌어진다. 김치볼은 슈퍼볼처럼 프로 대회는 아니다. 김치볼은 우리나라 최고 팀들이 맞붙는 경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리그 챔피언전의 우승자와 사회인팀 리그인 서울 슈퍼볼의 승자가 맞붙는다. 우리나라 미식축구의 양대리그의 통합 챔피언을 가리는 최종 결승전으로 현재 대한민국 미식축구 최고대회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우리학교 미식축구부 KOREA TIGERS(주장 남기호)가 참여중인 대학리그는 서울, 대구, 부산에서 벌어지는 지역예선을 거쳤으며 우리학교는 홍익대에 이어 서울지역 2위를 차지하며 11월 7일부터 펼쳐질 전국대학미식축구선수권전 대회에서 지역예선을 거친 전국의 강호 대학팀들과 자웅을 겨룬다.
이렇게 우리나라 미식축구는 우리 실정에 맞게 프로스포츠가 아닌 사회인 리그, 대학리그가 주축인 된 아마추어 스포츠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대학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공부하는 운동선수
현재 우리학교 미식축구부 Korea Tigers를 살펴보면 어릴 적부터 미식축구를 해왔던 선수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미식축구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미식축구를 하고 싶다는 열정과 패기만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선수들은 영어영문학과, 이과대학, 생명공학과 등 다양한 과로 구성되어 있다. 훈련은 매주 월, 수, 금 5시에 모여서 저녁 늦게까지 녹지운동장에서 이루어지는데 훈련이 끝나는 9∼10시가 되면 선수들은 녹초가 되기 일쑤이다. 미식축구는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체력훈련, 블로킹, 태클훈련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경기가 다가오면 주말을 반납하고 훈련하는 등 다른 엘르트 종목 선수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한다. 거기다 미식축구 선수들은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미식축구 때문에 자신의 여가시간과 학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고된 훈련을 버텨내지 못하고, 운동과 학업 둘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운동을 포기하는 선수들도 많은 편이다.

열악한 재정과 훈련 환경
미식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격렬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착용하는 장비도 많고, 그 가격도 비싸다. 우리학교 미식축구부를 살펴보면 졸업생들의 지원을 통해 팀 장비를 사용하면서 넉넉지 않은 팀을 꾸려 나가고 있다. 비단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도 재정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기는 힘든 형편이며 졸업생들의 회비나 후원으로 팀이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 사회인리그는 기업의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비를 털어 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운동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넓은 공간의 전용구장이 필요하다. 늦은 저녁, 녹지운동장을 올라가면 우리학교 미식축구부 선수들이 옆에 놓인 좁은 공터에서 훈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식축구의 특성 상 넓은 곳에서 이루어져야 할 훈련이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우리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미식축구 선수들의 고충이다.

미식축구를 향한 그들의 열정
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이 선수들의 미식축구를 향한 열정은 막을 수 없다. 자신의 직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식축구에 대한 열정과 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 달려오는 감독과 코치들도 있다. 또한 선수들은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이 레포트, 팀플, 시험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리학교 미식축구부 박종화(영문 05)는 ‘물론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팀원들을 생각하는 팀워크와 희생정신, 승리를 위해 뜨겁게 부딪치는 미식축구를 해본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운동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서도 젊음의 패기, 미식축구를 향한 열정으로 선수들의 연습은 오늘도 늦은 밤까지 연습을 계속된다.

대학 스포츠 -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표적인 아마추어 스포츠 미식축구. 물론 현재의 미식축구는 인지도의 부족과 재정적인 어려움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미식축구는 현재 대학 스포츠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선수들의 학습권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스포츠도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학교도 선수들의 학습권을 위해 비전 선포식, 튜터링 시스템 등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는 선수들을 운동하는 기계로 만들었다. 이런 '성적' 위주의 엘리트 스포츠는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만들었다, 우리학교는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뜻 깊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점차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시스템도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미식축구가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미식축구는 대학스포츠의 행정 또는 시스템 측면에서 본받을 점이 많은 종목이다. 미식축구를 하는 학생은 운동만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생의 본업인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시스템이다. 운동에만 '올인'(All-in)해 '모 아니면 도'식의 시스템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대학스포츠 전반에 올바르게 정착된다면 인식의 변화를 통해 스포츠계 전반에 시너지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식축구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스포츠가 아닌 사회적인 인지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목의 인기가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종목을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을 위한 종목을 즐길 수 있는 올바른 환경을 마련해 준다면 그것이 대학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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