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운동선수’. 왠지 공부와 운동선수는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운동선수들은 정해진 훈련량을 꼬박꼬박 채워야 하고, 끊임없이 진행되는 토너먼트 대회 스케쥴에 이리저리 지방으로 옮겨 다니며 일년내내 축구만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주로 평일이나 주말에 상관없이 오후에 경기가 열려 일반 학우들의 수업시간과 겹치기 일쑤이다. 시간을 따로 내기도 쉽지 않아 지정된 수업에 들어가는 데에도 어려움을 갖는다.
서울대 축구부는 엘리트체육인인 ‘체육특기생’의 비중을 낮추며 ‘일반학생’들이 주축이 된 팀이다. 공부를 병행하면서 다른 대학 축구팀과 함께 동등한 조건으로 U리그 대회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에 빠지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축구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운동부 내에서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축구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처음 출전했지만 각오만큼은 다른 팀 못지않다. 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그들이 거둔 승점은 ‘0’. 다른 팀에겐 초라한 성적일지 몰라도 출전한 선수들과 관계자들 모두에겐 의미 있는 ‘시도’였고 ‘도전’이었다.

구성
서울대 축구부는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지만 타과생들도 축구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코치 및 선수들이 보는 가운데 간단한 입단테스트를 보기도 하지만 그건 그저 형식일 뿐이다. 학과 공부와 축구부 훈련을 같이 하는 것이 끈기가 없다면 숨이 차오르도록 힘들기 때문에 다른 학과 학생들이 들어오게 되더라도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현재 엔트리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은 전원 체육교육과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엔트리 외에도 같이 평소 학교에서 함께 훈련하는 B팀 학생들 중엔 체육교육과뿐만 아니라 타과생도 존재한다. 물론 그들도 체육특기자로 들어온 학생이 아닌 어렸을 적부터 ‘축구 선수’라는 꿈을 한 번씩 꿈꾸어봤던 일반 학생들이다. 그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젠간 그들이 A팀 엔트리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취지
서울대 축구부가 만들어진 취지도 공부와 운동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공부를 기반으로 쌓고 그 위에 운동으로 다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두 가지 모두 잘 해내야 하는 책임이 선수들에게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로 인해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는 제재를 받게 된다. 사람에 따라 학습량은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점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그에 따르는 공부 량도 많다. 학생들은 졸업하고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도록 학업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졸업이후 프로 축구로 입단하기보다는 체육교육과 전공을 살려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처럼 3,4학년이 되면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한다.

체육특기자
타 대학에서는 수시전형을 통해 축구 특기자를 모집한다. 고등학교까지 ‘엘리트’체육을 경험한 축구선수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팀들은 이런 선수들로 한 팀을 운영한다. 서울대 축구부 학생들은 일반 체육교육과 학생들로, 특기자 출신은 손에 꼽는다. 05, 06, 07학번 선수들 중에는 특기생이 전혀 없다. 08학번과 09학번에 각각 1명씩 존재한다. 수능과 실기점수의 합산인 일반 전형으로 체육교육과로 들어온 학생들 중 축구부에 지원한다면 축구부원이 자연스레 될 수 있다.

맨 처음 실력들은 소위 ‘일반 학생들 사이의 학교에서 볼 좀 찬다’는 아마추어급 실력이기 때문에, 전력의 변화가 매우 큰 편이다. 1학년 때에는 공놀이 수준이라면, 훈련을 같이 해나갈수록 실력이 향상되어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다. 서울대 축구부의 장점은 이해력과 습득력이 매우 좋다는 점이다. 선수 생활을 해보지 않은 학생들은 축구부에 가입해서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워나가면서 훈련을 통해 아마추어급 실력에서 다른 대학과 경쟁할만한 실력을 쌓아 가고 있다. 3월 달에 보았던 서울대 축구부의 경기력과 10월 달에 보인 경기력은 말그대로 ‘천지차이’였다. 처음엔 기초 체력만 있던 학생들이 점차 축구 선수의 모습을 닮아가며 기술과 전술을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학업
축구부 선수들도 일반 학생들과 같은 수업 과정을 듣는다. 서울대의 학칙에 따라, 전공과목을 전체 학점의 70%정도 듣는다. 우리로 치면 전공이수학점을 말한다. 학문의 기초, 대학 영어, 제2외국어를 비롯한 필수 및 선택교양수업도 듣는다. 핵심교양 4과목은 필수로 들어야 하는데, 졸업하기 전까지 이수하면 된다. 쉽게 말해 우리학교 졸업사정요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축구부 학생들은 1, 2학년에는 실기 위주로 수업을 듣는데, 3학년부터 점차 이론의 비중이 올라간다. 3, 4학년부터는 실기 비중이 줄어들고 심화된 이론을 배우는 단계로 들어간다.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17~18학점을 들을 수 있고, 학점이 좋으면 추가학점을 신청할 수 있기에 최대 21학점까지 들을 수 있다. 축구부 학생들은 훈련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기 위해 대부분 17~18학점을 듣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학교의 경우 운동부 선수들에게는 출석이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특기자나 운동선수인 점을 감안해 학점을 조금 좋게 주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서울대에서는 운동부 학생들에게도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훈련의 시간량 = 학업시간의 양’을 주로 다른 대학들은 동일시한다면, 서울대 운동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훈련을 핑계로 결석한다면 이는 일반 학생의 결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운동부 선수들이 운동을 핑계삼아 학업이나 수업에 소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교수님들도 운동부 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함께 잘 하도록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고, 성적이 잘 안나오면 야단도 치면서 운동부를 관리하고 있다.

운동
축구부는 평소 주 3회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은 정규 수업시간이 끝난 오후 5시 이후에 실시하는 편이다. 모든 학생들은 각자 수강신청한 수업을 들은 후에 훈련에 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만약에 축구부에 소속된 한 학생이 교수에게 ‘훈련 때문에 수업에 빠져야한다’고 말한다면 원칙적으로 거짓말이나 핑계인 셈이다. 대회가 있을 때에는 특별히 주말을 포함하여 일주일 내내 훈련을 하게 된다. 이번 U-리그 경기가 있기 일주일 전에는 매일같이 훈련을 한다고.

방학 때는 2주 동안 합숙을 한다. 체육교육과를 위한 숙소가 캠퍼스 내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체육관 인근에 위치한 ‘Power Plant’. 기숙사 이름이 발전소라니 선수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전지가 전력을 충전하는 것처럼 힘을 얻으라는 의미인걸까. 이 곳에서 합숙 하다보면 훈련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저절로 풀리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부터 일년내내 진행되는 U리그 대회를 처음 참가하게 되면서 합숙 기간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다. 작년까지는 춘계, 추계 경기, 혹은 학교 차원의 중요한 일본 대학과의 교류전이 진행될 때에만 경기 일주일 전을 앞두고 합숙을 했다. 한마디로 쉽게 쓰자면 경기를 앞두고는 짧던 길던 합숙을 한다. 올해부터는 U리그에 나가면서 춘계, 추계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게 됐다. 겨울에는 늘 합숙소로 이용하는 ‘발전소’를 떠나 선배의 후원을 발판으로 삼은 울산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곤 했다. 비록 올해는 가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10학번 신입생들을 데리고 입학식 전에 훈련을 갈 예정이다.

생활
축구부 내의 분위기는 어떨까. 운동부라면 엄한 위계질서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우선 앞선다. 서울대 축구부는 선․후배간 기본적인 위계질서는 있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편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김태근(서울대 07학번)은 “뭐든 열심히 하다보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며 축구부 내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힘든 훈련과 공부 및 생활 등의 빡빡하고 힘든 여정을 함께 헤어나가다보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동질감이 생기고, 서로 잘 챙겨준다고 한다. 경기를 앞두고 ‘발전소’에서 생활하는 합숙은 축구부원들 사이를 가족과 같이 만들어준다.
신입생들의 역할은 주로 잡다한 일이다. 여타 운동부나 동아리 생활과 마찬가지로 그래서 신입생들은 처음 축구부에 들어오면 많이 힘들어한다. 다른 대학교 선수들이 하는 일과 비슷한데, 운동하기 전 미리 장비들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신입생 축구부들은 힘든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가고 있다.

고민
고연전처럼 대학 간의 정기교류전이 부럽지 않냐는 질문에 변진수(08학번)는 “서울대에도 라이벌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정기전이 만들어진다면 ”의미나 동기가 부여되어 팀의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정기전을 꾸준히 치룬다면 언론매체에 노출이 되면서 그들의 노력에 대한 홍보 효과가 생기게 된다. 인지도가 상승하면 회사에서 들어오는 스폰서도 따르는 법이다. 팀 운영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고 수월해질 것이다. 서울대는 현재 5개 대학교와 교류전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대, 중앙대, 단국대, 한국교원대 등이다. 하지만 아직 역사가 길지 않고 학우들의 호응이 적기 때문에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다. 작년까지는 학교 교류전이 열렸는데, 올해는 일정이 잘 맞지 않아 열리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경기를 꼭 다시 재개시킬 것이란다.

축구부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씩은 고민해본 군 문제이다. 11명이 뛰는 단체 운동인 만큼 군대 입영과 제대는 팀전력이 한 번에 휘청거릴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K리그의 광주 상무처럼 말이다.

군대는 일반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빠르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가는 경우도 있다. 많은 학생들이 ROTC(학사장교)를 하는데, ROTC를 하게 되면 학교를 다니면서 축구부를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부원들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기댈 수 있는 존재인 前 축구부 지도교수를 맡았던 김희수 명예교수는 지금도 축구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축구부원들 몇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경기를 앞두고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단다. 김 교수는 한평생을 서울대 축구부 지도교수로 지내왔다. 그래서인지 서울대 축구부 출신들 중 대부분을 제자로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신우(현 서울대 축구부 지도교수), 이용수(현 KBS 해설위원) 등이 있다.

마지막경기
서울대의 U리그 참여는 오늘로써 일년동안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녹지에서 열린 우리학교와의 경기에서 우리학교는 시종일관 흐름을 놓치지 않고 4-0 완승을 거뒀다. 우리학교가 많은 주전 선수에게 휴식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자신의 게임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했다. 분명 눈에 띄는 실력차가 존재했다.

하지만 3월 달 경기에서 6-0으로 이긴 서울대의 모습과는 달라졌다. 무언가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비단 스코어만이 아니었다. 경기내용도 ‘관중들의 웃음거리’에서 ‘관중들의 볼거리’로 변모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이제 ‘게임 좀 되는 것’처럼 보였다. 3월의 서울대와 우리학교 경기도 보았다는 서울대 학부모는 “오늘 경기는 3월의 경기와 비교해 확실히 좋아졌다. 킥이나 드리블, 체력 모든 면에서 매 경기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우리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함께 박수쳐줬다. 그래서인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서울대 축구부 분위기는 풀죽지 않았다. 코치들은 수고한 선수들을 독려하며 관중석에 있는 관중들에게 다같이 인사하는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그들의 일년동안의 의미 있는 도전은 끝났다. 13경기를 치루는 동안 승점은 비록 1점도 얻지 못했지만 그들의 도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Reporter's EYE #1
신입생도 경기에서 뛸 수 있다. 현재 주전으로 정명진, 김찬희 2명의 학생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정명진은 서울체고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한 ‘체육특기자’ 출신이다. 정명진은 “학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대로 진로를 결정했다”며 “이용수(KBS 축구해설위원)와 같은 고교선배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것도 진로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찬희는 특별한 케이스다. “타대학 선수들과 시합을 뛰고 싶은 마음에 재수를 결심했다.” 바로 연세대 체육교육과에서 서울대 체육교육과로 재수를 통해 입학한 것.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짧게 활동한 적이 있지만 서울대에 입학할 때는 ‘특기자’가 아닌 수능과 실기를 합산한 ‘일반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Reporter's EYE #2
군대스리가에서 막 이적한 복학생도 경기에 뛰고 있다. 대개 축구선수를 꿈꾸는 타대학생들은 군대를 프로 이후로 미루는 편이다. U리그 참가자의 명단을 잘 살펴보자. 대부분 타대학의 졸업 준비생은 06학번으로써 생년월일상 87이나 빠른88년생이 다수다. 하지만 서울대의 엔트리를 잘 살펴보다보면 눈에 띄게 85, 86년생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mini interview
강신우 서울대 감독(대한축구협회 국장)


올시즌 U리그를 평가해달라.
격렬한 경기보다는 매너 좋은 경기가 많이 펼쳐져 학생들의 참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족한 경기장 시설 탓에 참가 학교가 줄었다는 점과 각 학교 응원석에 학생들이 적었다는 점이다.

서울대 축구부는 첫 참여였는데.
경기 경험이 적어 걱정했지만 경기를 할수록 잘해줬다. 실력 좋은 다른팀과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경쟁이 됐다.

학교에서 특별한 지원이 있는가.
지원은 거의 없는 편이다. 심지어 다른 학교차를 빌려서 타고 오기도 한다. 그래도 뭐 학생인데 열정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나 학교 다닐 때는 일반버스 타고 경기하러 다니기도 했었다.

내년에도 참가하는가.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학교측이랑 많은 얘기를 통해 특기자전형 중에 축구부 인원을 1~2명정도 늘려볼 생각이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쁜 걸로 안다. 지도는 어떻게 이뤄지나.
자주 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못나갈 경우엔 후배 코치들을 학교로 보내 훈련을 도와주는 편이다.

U리그의 의의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캠퍼스 내에서 애정을 가지고 모교를 응원할 수 있다는 점.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라 학업에 큰 지장을 주지않는 리그제라는 점. 앞으로 대학축구제도의 롤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