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평범한 일상인 수업과 공부. 08학번 이후로 체육특기자로 들어온 선수들은 체육특기자끼리 모여 수업을 듣는다. 일반인들은 수강신청조차 할 수 없는 수업. 그 속에서 그들끼리 어떤 대화들이 오고가는지 호기심에 체육특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 ‘운동생리학’을 들어보기로 했다. 10월 27일의 화요일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아침을 맞이했다.

전날 과제를 하느라 늦게 잔 탓에 좀 더 자고 싶었지만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어났다. 운동부의 1교시 수업은 나중에 알았지만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특기생도, 체육교육과 학생도 아닌 나는 들어가기 전에 잠시 머뭇했지만, 용기를 내어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눈에 익은 럭비부 추호영(체교 08)이 있어서 옆 자리에 앉았다. 추 선수는 선수들 사이에서 수업에 매일 오는 모범생으로 꼽힌다.

교수님이 스크린에 띄운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노트에 받아 적는 학생들도 있고, 아직 잠을 완전히 못 깬 듯 눈이 반쯤 감긴 학생들도 있다. 여느 1교시 수업과 비슷한 장면이 아닐까. 야구부 선수 중에는 황정립(체교 08)이 보이지만, 이내 엎드려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몇 분 뒤, 문승원(사체 08)이 들어와서 앞자리에 앉는다. 비록 지각했지만 자리에 앉고 나서는 수업을 경청하는 모습이다.

오늘 수업 내용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근육의 종류에 관한 것이다. 빨리 수축하지만 금방 지쳐서 지구성이 약한 속근(Fast Twitch Fiber)과 천천히 수축하지만 지구성이 강한 지근(Slow Twitch Fiber)을 비교하여 설명하셨다. 교수님은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봉주와 우사인볼트를 예시로 들었다. 마라톤 선수인 이봉주(교수님은 ‘봉달이’라고 했지만!)는 산화성 지근이 많아서 근육색이 붉을 것이고, 100m 육상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볼트는 해당성 속근이 많아서 근육이 분홍빛을 띌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큰 액션을 취하며 설명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대부분은 수업을 듣고 교수님의 질문에 답변도 곧잘 한다. 모르는 부분은 수업이 끝나고 묻는 학생들을 많이 봐 왔던 내게, 자유롭게 질문하는 여러 선수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쉬는 시간에 이대택 교수님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국민대에서 체육학부 수업을 맡고 계신 이 교수님은 외부 강의는 우리학교가 처음이라고 하셨다. 이 교수님은 체육학부 학생들에게 보다 자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가르치는 반면, 이곳의 체육특기자 학생들에게는 후에 지도자가 되었을 때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구체적인 적용 방법이나 에피소드를 활용하여 교육한다고 하셨다. 학생들이 수업을 열심히 듣는 편이라고 하자, 열심히 듣는 것이 당연하다며 실제로도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다. 본인의 강의에 대해 재미없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 시간 가량 지각했던 야구부 이철우와 윤명준(이상 체교 08)은 연수관 숙소에서 오느라 지각했다며, 수업은 재미있지만 송추(야구부 훈련장)와 학교를 오가며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윤명준은 교수님이 유쾌하신 분이라 집중이 더 잘 된단다. 야구부는 전국체전에 서울대표로 참가하느라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다. 이철우와 황정립은 과제를 못 내서 걱정이란다.

원래 내 수업인 2교시 수업을 가기 위해 강의실을 나왔다. 평소에는 시간이 잘 안 간다고 생각했던 전공 수업이 오늘따라 즐겁게 느껴진다.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전공분야가 있듯이, 그들은 체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다른 학생들과 꼭 같다고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점은, 그들은 자신의 전공을 신체 활동, 운동 경기 등의 실체로 구현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전공분야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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