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화제는 역시 사스에 관한 문제일게다. 물론 이 병이 최근에 발생한 것도 아니고 이미 올 초부터 그 심각성을 들어내기 시작했지만, 이라크 전쟁 등 주목을 끄는 국제적 사안들이 발생하면서 요즘 들어서야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한바탕 전쟁을 끝낸 후여서 그런지 언론들은 연일 전쟁용어로 수식된 사스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내가 유학을 하고 있는 북경은 도시 봉쇄령이 내려질지도 모르는다는 누구나 다 거짓인지 알지만 걱정할 수 밖에 없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설령 이것이 거짓된 소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연일 1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공식 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평정심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회피하는 현상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 사스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스는 전염성이 큰 병임에는 틀림없지만, 사람들은 병과는 상관없는 부분에서도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우선은 국가에 대한 오랜 불신감을 들고 싶다.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온 국가와 인민 사이의 갈등은 근래에까지 이어져 사람들의 역사적 배경을 형성했다. 농민 기의로 극명하게 표출되기도 한 대립구조 속에서 사람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는 점차 희미해져갔다. 문제에 직면했을때 국가의 정책을 믿고 따르기보단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이 강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는 자신과 이익을 반하는 소수의 권력자에 의해 운영되고 그들은 자신의 의사가 전달되지 못하는 별개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중국 정부의 사스에 대한 발표를 믿지 못하게 했으며, 무성한 소문에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결국에는 일면 돌출적이면서 일면 과장된 반응을 보이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 중국의 사회 발전 과정을 한 원인으로 들고자 한다. 중국은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20 여년간 지속된 꾸준한 경제 성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의식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모습과 각종 경제 수치들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었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에 찬 생활을 하게 하였다. 시련과 고통은 아득히 먼 과거의 일처럼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진출과 2008년 올림픽 개최 확정은 더할나위 없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스의 등장은 중국민들에게 실제 이상의 공포 대상이자 재앙으로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아니 예측하고 싶지 않은 문제의 발생은 그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방법을 찾지 못하게 했으며 그로 인한 심리적인 충격은 상상 이상의 것이 되었다.
 
 얼마전 베트남이 사스 퇴치국가로 발표되었다. 중국 광동 및 홍콩도 쇠퇴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한다. 언젠가 중국 대륙도 사스의 난관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좀더 투명한 행정운영과 신뢰성 있는 정책 추진을 통해 국민적 신임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한걸은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정치, 경제권역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치와 책임을 좀더 넓은 시각에서 인식하고 그에 상응하는 국가적 도리를 다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류준형 중국 베이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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