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달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대학농구연맹 그리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11개 대학 총장 등 정부 및 농구계 관계자들이 대학농구의 홈앤어웨이 리그 출범을 공식발표한 것이다. 대학농구계의 염원이라 불리는 홈앤어웨이 리그. 그 출범의 의미와 진행 과정 그리고 개선 방안 등을 알아본다.

왜 홈앤어웨이 리그인가
이번에 출범한 홈앤어웨이 리그는 대학농구의 염원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농구계는 왜 다른 것도 아닌 ‘홈앤어웨이’에 집착했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대학선수들이 ‘공부하며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는 점이다. 홈앤어웨이 리그의 전제 조건은 대학연맹이 주최하는 2개의 연맹전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지방에서 열리는 연맹전의 폐지는 선수들에게 지방원정의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곧 시간적 여유로 환원되고, 선수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게 된다.

또 하나는 ‘대학농구 부활’에 있다. 90년대 마지막승부 세대라 불리던 선수들이 떠나간 지금, 대학농구는 침체기에 빠져있다. 다른 스포츠가 그러하듯, 프로에 밀려난 대학농구는 언론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홈앤어웨이 리그는 대학농구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리는 경기를 많은 재학생들이나 OB들이 관람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점이 홈앤어웨이 리그가 노리는 효과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됐나
대학교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홈앤어웨이 리그의 필요성은 최근 몇 년간 대두되어 왔다. 실제로 리그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존재했다. 하지만 비용과 시설 문제 등으로 누구 하나 팔벗고 나서지 못한 채 몇 년이 흐르고 말았다. 그사이 대학축구가 U리그를 지난해부터 출범시키며 대학농구 관계자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홈앤어웨이 리그가 다시 농구계 이슈가 된 것은 올초 모창배 한국대학농구연맹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였다. 선거 공약으로 홈앤어웨이 리그 출범을 약속하던 모창배 회장은 올초 취임사를 통해 리그 출범을 자신의 제1과제로 내세웠다.

조금은 급작스런 발표
하지만 리그 출범은 예상외로 급작스럽게 진행되었다. 2차연맹전이 한창이던 지난달 4일 정부가 나서 대학농구리그 개막을 알린 것이다. 모창배 회장은 월간 농구잡지 점프볼과의 취임 인터뷰에서 “홈앤어웨리 리그 정착이 중요하긴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기에, 4일 있은 공식간담회는 ‘좀 성급했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급작스런 발표’의 성과는 컸다. 먼저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문체부 유인촌 장관이 전면에 나서자 매스컴은 앞다투어 보도를 내기 시작했다. 발표된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단체훈련을 금지하고, 2016년부터 농구 특기자 선발시 최저학력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은 그간의 대학스포츠 정서를 바꿔놓는 것이었다.

발표 2주만에 개최된 시범리그
정부의 발표 뒤 홈앤어웨이 리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주 뒤인 19일 우리학교와 경희대의 시범리그 개막전이 펼쳐진 것이다. 2차연맹전이 끝나고 숨돌릴 틈도 없었던 두 팀은 연습경기를 하듯 개막전을 치렀지만, 개막전의 의미만큼은 특별했다. 경기가 열렸던 이공대 체육관에는 정부 관계자와 농구인들 뿐만 아니라 소식을 들은 일부 학생들도 자리했다. 비록 입시 시험 관계로 국내 최고급 시설이 화정체육관에서 열리지는 못했지만, 개막전은 그 자체로 성공적이었다.

실험적 성격이 짙었던 시범리그였던 만큼, 경기 도중 나타난 문제점도 있었지만, 이후 홈앤어웨이 시범리그는 각 학교 캠퍼스에서 하루 한경기씩 치러지며 2주간의 일정을 무사히 끝마쳤다.

정식리그는 어떻게 진행되나
시범리그는 홈앤어웨이 리그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시작될 대학농구 홈앤어웨이 리그는 어떻게 진행될까.

우선 대학농구연맹은 리그를 두 번으로 나누어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3월에 첫 번째 리그를 열고 가을에 두 번째 리그를 여는 방식이다. 진행방식은 홈앤어웨이라는 이름처럼 각 학교 체육관에서 홈팀과 원정팀의 구도로 짜여지고, 하루에 한경기를 원칙으로 한다. 또한 선수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단체훈련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그 외에도 홈앤어웨이 리그는 리그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기록이 전산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의 대학농구 기록들이 전산화되지 못한 점을 비추어봤을 때, 기록 전산화는 분명 홈앤어웨이의 장점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남는 대회, 사라지는 대회
현재 대학팀이 나갈 수 있는 대회는 MBC배와 1,2차연맹전, 농구대잔치 그리고 종별선수권과 전국체전이다. 이중에서 대학농구연맹이 주최하던 두 개의 연맹전(1,2차 연맹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방송사가 후원하는 MBC배는 유지할 예정이다. ‘대학농구의 꽃’ 농구대잔치도 그대로 남는다. 변수는 종별선수권인데, 종별선수권 참가는 관행적으로 팀들의 선택사항이었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종별선수권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개선 방안은 아직 산더미
정식리그는 내년에 출범하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개선 방안은 산더미다. 먼저 체육관 시설개보수가 급선 과제다. 우리학교는 화정체육관을 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외되지만, 몇몇 학교의 경우 낙후된 체육관을 써야하는 곳이 더러 있다. 연세대의 경우만 하더라도 실내체육관이 낡아 선수들의 부상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관람 공간도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연세대 실내체육관은 기껏해야 2백명 정도의 관중만을 들여보낼 수 있다. 우리학교도 사정상 이공대 체육관에서 경기가 펼쳐진다면, 관람 시설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경희대와의 개막전에서 일부 관중들은 체육관 입구에 서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코트 안 실무적 환경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학교 이공대 체육관에는 선수들이 코트에 흘린 땀을 닦는 대걸레조차 비치되어 있지 않다. 코치가 휴지로 바닥을 닦는 눈물겨운 풍경도 연출되기도 한다. 또한 전산 시스템이 들어오기도 힘들어, 개막전 기록지 복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각 학교에 지원금 1억원을 전달했다. 정부 지원금 1억원은 체육관 전광판 및 관객석, 코트 개보수 비용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협회와 연맹의 홍보 노력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대학농구를 홍보하는 루트는 전무하다. 일반 대학생들이 자신의 학교가 어느 대회에 나가는지조차 모르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들을 농구코트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홍보밖에 없다. TV중계나 신문 광고 혹은 인터넷 광고는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좋은 도구들이다. 농구보다 리그제를 먼저 도입한 대학축구 U리그의 경우, 홍보 부족으로 경기장이 텅텅비는 날이 부지기수이다. 리그 출범을 4달여 앞둔 상황에서 대학축구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상민-우지원-현주엽-그리고?
이상민, 우지원, 전희철, 김병철, 현주엽. 모두 90년대 대학농구가 낳은 슈퍼스타들이다. 하지만 이들 이후 대학농구에서 나온 스타는 제로에 가깝다. 이들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농구리그는 이들의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장(場)이다. TV로만 보던 선수들이 학교 도서관 옆 농구코트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면,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다. 홈앤어웨이 리그가 대학농구 중흥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위진 체육정책과장 인터뷰

갑작스럽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전면에 나서 대학농구리그 출범을 발표했다. 원래 계획에 있었나.
당연히 이전부터 계획하던 일이었다.

대학농구리그의 모토는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공부하는 운동부’이다. 학교체육의 실상을 다뤘던 시사 프로그램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가 아니다. 공부하는 운동부를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다.

구체적인 방법이 몇가지 제시되었다.

우선 오후 3시 이전에는 단체훈련을 금지하는 것이다. 3시 이전에는 운동부 학생들이 수업을 모두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훈련을 하도록 해야한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야 할 것이다. 학교 캠퍼스에서 리그가 진행되니까 전보다 부담이 줄 것이다.

한국판 NCAA(미국 대학농구)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다만 조건이 있다. 총 세가지인데, 2개는 앞에 나온 3시 이전 훈련 금지와 모든 선수가 수업을 듣는다는 조건이다. 나머지 하나는 최저학력제 도입이다. 우리나라 운동부 학생들은 일생동안 공부를 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농구를 하려면 공부도 해야한다’는 개념을 확립할 계획이다. 최저학력제는 지난 간담회에서 11개 대학 총장, 부총장이 공식적으로 싸인한 부분이다.

대학에서 최저학력제를 도입하려면 하위 교육기관(중고등학교)에서도 움직임이 있어야 할텐데.
지금 학교체육법이 발의 중인데, 운동부 학생의 고교 성적이 최저 95% 안에는 들어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성적이 96%대에 드는 체육특기자들이 전체 46%라는 점이다. 이점을 잘 보완한다면, 대학 최저학력제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 가운데에는 정부가 11개 대학에 각각 1억원씩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원 과정과 그 쓰임새를 알고 싶다.

1억원은 이미 지원이 끝난 상태다. 1억원이 쓰일 곳은 역시나 학교 체육관이다. 고려대만 하더라도 화정체육관 같은 수준급 시설이 있지만, 변변한 관중석이나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있지 않은 학교도 있다. 지원금은 체육관 시설을 개보수 하는 데에 쓰일 것이다.

앞으로 대학농구리그에 관한 계획은.
오늘부터 시범리그가 시작됐고,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정규리그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라운드는 2~3달에 걸쳐서 열릴 예정이다. 대학농구연맹이 주관하던 1,2차 연맹전은 폐지된다. 내년에는 방송사(KBS)에서도 대학농구리그와 관련한 시사다큐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앞으로 대학농구리그에 일반 대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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