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결과·능력의 평등을 목적으로 실시된 평준화가 최근 학력저하라는 문제에 봉착하면서 폐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고교 평준화는 고교입시가 가열되면서 나타나는 △재수생 양산 △지나친 사교육비 증가 △단순 암기식의 입시교육 때문에 실시된 제도로 지난 30년간 지속되면서 계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평준화는 학력저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폐지론자와 보완론자들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준화 폐지론자들은 학력 편차가 큰 학생들을 같이 교육 시킬 경우 면학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해 전체적인 학력이 저하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의견은 노무현 대통령의 특성화 고교 설립 추진 발표로 인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한 강연회에서 “평준화로 인한 폐해가 극심한데 고교입시제도가 부활하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할당제도도 굳이 실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평준화 학교들은 평준화가 우수한 학생 유치 실패로 명문고의 인지도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학력저하를 유발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목포고 곽종월 교장은 “평준화는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고 교육청 관계자는 “평준화는 해당지역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평준화가 실시돼 학력이 낮아졌다며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윤정일(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비평준화 시절에는 선택받은 이들만 고교 교육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며 “범위가 달라졌는데 예전과 현재 학생들의 학력을 비교한 것은 비교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사무처장 최선희 씨는 “평준화 폐지는 평준화 궤도를 깨고 싶은 기득권층이 주장하는 것으로 평준화에 대한 논의보다 대학 교육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대학에서 대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의 이유로 비평준화를 선호하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교육개발원 윤정혁 부연구위원은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상위대학에서 다 싹쓸이 하려는 심보이다”라고 평가하고 김경근(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력저하는 평준화보다는 일선학교 교육 즉 내신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동안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대책들이 마련됐다.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 △이동식 수업 확대 △특정화 고교 도입 및 특수 목적고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이 대표적인 보완책이다. 학력저하의 이유로 제도를 자주 바꾸는 것보다 학업성취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의욕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박도순(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의 다양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