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고대신문이 2009년 1월에 주최한 ‘고려대 10대 사건 좌담’ 모습. 하태훈 전 교수의회 총무, 안인경 세종 교학처장, 박재균 전 안암부총학생회장, 임현묵 전 세종총학생회장이 좌담에 참여했다. 이런 학내 주체들의 대화와 소통이 더 필요하다.

학교 당국과 교수·학생·직원 간의 소통을 위한 제도는 어느 수준일까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고대신문이 경인년을 맞아 세계대학의 중심에 서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학내 구성원의 소통문제를 평가해 보았다.

학내엔 다양한 소통의 기회가 있지만, 논의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먼저 그 출발점으로 대학평의원회 설립에 대한 학내 의견을 살펴 보았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본교에는 대학평의원회가 없다. 전국의 사립대학 145곳 중 대학평의원회가 없는 곳은 본교를 포함해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 12개교다.

대학평의원회는 사립대학의 구성원 간 의사결정구조를 민주화하기 위한 기구이다.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만들어진 대학평의원회는 학내 소통기능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대학평의원회엔 학생·교수·직원이 각각 일정 수가 의원으로 참여해 학교 당국의 정책을 심의, 자문한다. 자연스레 학내 구성원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다. 사립학교개혁을위한국민운동본부의 김행수 집행위원장은 “대학평의원회는 사립대학의 유일한 심의기구”라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일례로 2006년 11월 구성된 중앙대 대학평의원회는 추경예산안과 교비회계 자금예산안 같은 주요 학내 의사결정을 자문하고, 직제 개편안을 심의하고 있다. 그 횟수가 40차례에 이를 정도로 활발하다. 중앙대 대학평의원회 관계자는 “중앙대는 대학평의원회가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학교 중 하나”라며 “학교 측도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을 가벼이 여기지 못해 평의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본교도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직원 측이 가장 적극적이다. 직원노동조합(지부장=김재년)은 지난해 7월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은 초월권적 범법 행위이며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생들도 대학평의원회를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43대 안암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함께, 멀리’ 선본은 대학평의원회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학원 총학생회는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넘어 대학평의원회 제도 보완과 대학평의원회의 법적 권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지웅 대학원총학생회장은 “중요한 것은 대학평의원회의 실질적 권한과 성격을 취지에 맞게 강화하고 각 주체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측은 아직 적극적으로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촉구하지 않고 있다. 정순영 교수의회 총무는 “교수의회 또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43대 안암총학생회가 움직이면 동참할 것”이라 말했다.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대한 요구는 높지만, 인원 비중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본교는 2007년 이기수 총장이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각 학내주체들이 각자의 인원비율 상향을 주장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내부 합의로 구성 인원 비율을 조정해 대학평의원회를 무사히 발족시킨 사례도 있다. 한양대는 1년 가까운 갈등 끝에 대학평의원회 구성비를 변경했다. 교원, 직원, 학생, 동문 및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가 각각 △5명 △2명 △2명 △2명에서 △6명 △3명 △3명 △2명으로 조정됐다. 2007년 11월 구성된 한양대 대학평의원회는 2008년부터 수십 차례 학내 안건을 심의, 자문했다.

본교는 대학평의원회 구성이 수 년째 미뤄지면서 대학평의원회를 구성의지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 현재 평의원회 구성을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주체는 대학 당국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태훈 전 교수의회 총무는 “정부와 여당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되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대학평의원회를 통해 학내 소통을 강제하는 현행법에 대한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자문위원 이시우(서울여대 인간개발학부) 교수는 지난해 4월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세미나에서 “대학평의원회는 기존의 교무위원회나 학·처장회의 기구와 기능과 대표성이 충돌하고 이들 기구와 의견이 상충해 비효율적”이라 비판했다.

반대로 대학평의원회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법상 대학평의원회가 대학헌장 제·개정 및 대학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자문기구로 규정돼 실질적 효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의 홍성학 교권쟁의실장은 “대학 교육과정과 대학 헌장 재개정 같은 주요한 기능에 대해서도 자문이 아닌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대학평의원회를 격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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