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미화용역업체 선정 과정에 불만을 품은 근로자들이 단체협약 승계, 고용 보장, 입찰과정 공개를 요구하며 지난달 22일 본관 1층과 총무부 사무실을 무단 점거했다. 24일 노사 협상으로 점거가 풀리기까지 본교의 역할은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물론 학교에 법적 책임은 없다. 미화노조원은 고용업체와 협상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은 있다. 미화원과 고용업체 사무실이 아닌 고려대 본관을 점거하고 학생 100여 명이 이에 동참한 까닭은 대학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아직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본교가 미화노동자를 간접 고용하는 구조다. 매년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근로자들은 고용보장이나 임금변동 문제로 불안에 떤다.

본교가 미화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대학의 역량과 재원에 한계가 있어 직접고용이 불가능하다면 간접고용 상황에서라도 대학 청결을 위해 애쓰는 근로자를 배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거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본교는 용역업체 입찰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미화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비용 차이가 큰 게 아니라면 노조 탄압설에 휘말린 업체를 선정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용역업체에 근로자의 정년보장과 복지를 요구하고, 용역업체 변경주기를 길게 하는 적극적인 역할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의 아량은 미화 근로자를 품지 못할 만큼 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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