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2일 저녁 8시30분. 대한민국의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가 시작됐다. 지난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중계는 SBS채널 단독이다. 이번 월드컵 해설자는 좀 시끄러운 편이다. 가끔 속어도 들려온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단독’중계니까. 네티즌 반발이 심해지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어제 새벽엔 우루과이 대 프랑스 경기가 있었지만 텔레비전에선 볼 수 없었다. 광고 수익이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케이블 채널에서 따로 편성했다고 하지만 우리 집에선 달랑 공중파만 잡힌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 방송이나 봐야겠다. 그래도 SBS가 나오기라도 해서 다행이다. 아예 SBS채널이 안 나오는 곳도 있으니 말이다.

지난 벤쿠버 동계올림픽 땐 한 개 채널로 방송되다보니 한국 선수들의 경기가 겹치면 한 경기를 포기해야하는 일도 있었다. 모태범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한 스피드스케이팅 결선 경기가 중계되면서 성시백 선수가 쇼트트랙 예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모습은 놓치고 말았다. 이번엔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여러 경기를 볼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

SBS는 3사 공동으로 같은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시청자의 볼 권리를 해치는 일이고 전파낭비기 때문에 독점중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시청자의 채널선택(해설선택)권은 빼앗았다. 게다가 중계권을 따기 위해 지출한 금액도 엄청나다. 2010~16년까지 네 차례의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7520만 달러(약 710억원)에 따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월드컵을 한데 묶은 중계권을 1억3000만 달러(약 1250억원)에 독점 계약했다.

월드컵은 지구촌의 축제라는데 이번에도 방송은 SBS만의 축제가 될 듯하다. 온통 월드컵 관련 특집으로 도배가 되겠지. 모든 SBS뉴스 앞에는 ‘2010남아공월드컵’이란 슬로건이 붙고, 다른 방송사의 월드컵 영상엔 ‘SBS제공’이란 글자가 떠 있을 거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대한민국 선수가 한 골을 넣었다. 우리 모두가 신나하고 있는데 축구에 관심 없는 엄마가 한 마디 하셨다. “재미없는 축구는 왜 보니. 다른 채널에 드라마 하는데 그거나 보자” 이런 시청자에겐 SBS의 독점이 고마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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