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겁도 없이 여름 기운으로 달려듭니다. 봄비가 여름 장마 닮은꼴로 쏟아 붓고 난 뒤라 그런 것 같습니다. 다행히 비 온 뒤의 아침은 상쾌함을 업그레이드한 듯. 무도 물을 잔뜩 먹어선 지 그 이파리가 살이 탱글탱글 올랐더군요. 그 귀찮았던 비가 이런 선물을 줄 줄이야. 세상의 모든 일은 그렇습니다.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비라는 원인이 상쾌한 아침의 푸르른 나뭇잎의 향연을 있게 한 것입니다. 이게 자연의 이치요, 사람이 사는 이유인 듯 합니다.

바로 세상의 모순은 이런 원칙을 거스른 데서 시작합니다. 우리 세상은 왜? 라는 의문에 많은 부분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답답해짐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인과 관계는 이미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전투를 방불케 합니다. 억지를 부리는 쪽에 억측을 쏘아붙이는 것이 다입니다.

얼마 전, <와일드 카드>란 영화를 봤습니다. 일명 ‘퍽치기’란 범죄를 추적한 형사들의 세계가 영화의 주요 축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게 됩니다. 주먹만한 쇠구슬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미소년의 범죄 심리를 알 수 없습니다. 경찰의 추적은 주먹구구입니다. 하이라이트로 치달으면서 형사의 아내를 향한 치졸한 협박은 다른 사건과 아무런 연관 관계를 짓지 못하고 맥없이 끝납니다. 왜라는 이유에 설명을 못하는 폭력 영화는 짜증이 납니다.

얼마 전, 지구촌을 달구었던 이라크 전쟁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라크를 초토화 시킨 조지 부시가 승전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고삐를 당기던 그 때 그는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성전임을 강조했습니다. 유엔도 허락하지 않았던 전쟁은 그렇게 시작 됐습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토마호크의 절대량이 이라크의 국토를 유린했습니다. 아이들은 죽어 나갔고 사람들은 절규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전리품엔 대량 살상 무기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 전쟁을 왜 한 것이냐 물으면,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놓아야 할 답변이 궁색해 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개혁당의 유시민이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어설퍼 보이던 그의 첫 등원은 욕설로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그에게 왜 그렇게 복장이 불량하냐며 소명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몰아붙이기에 바빴습니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시면, 그것을 눈물의 씨앗이라고 얘기해 주는 그런 사회이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가 ‘우리가 남이가!’라는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도 제발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초라한 무덤이라도 핑계는 다 있다는 데, 살아 있는 우리들의 생활이 이유 없이 마구잡이라면 얼마나 어이없을 까요. 우리 사는 세상이 왜 그런 지 누가 설명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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