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불이 켜지면 자수 하나하나 반짝이며 그림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삶의 인내와 손품의 정성이 어우러진 결과를 보고 싶다면 숙명여대 정영양자수박물관을 찾아가보자.

 

숙명여대 르네상스 프라자 1층, 자수와 섬유 예술품을 보유한 정영양자수박물관이 보인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어두침침하다. 유리 전시실 쪽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갑자기 조명이 들어온다. 이 때, 화려한 자수가 새겨진 소장품이 드러난다. 열이 섬유 보존품을 훼손할 수 있어 박물관에는 관람객이 있을 때만 불이 켜지는 자동 센서가 설치 돼있다.

섬유물로 특화된 곳답게 화려한 색상과 세밀한 문양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적으로 두 벌밖에 없는 청나라 황제의 푸른 용포부터 소의 피로 염색한 도교 제사복, 전국시대의 청동거울 자수와 장신구의 코끼리 자수, 전면 전체에 붉은 수를 놓은 이층 장롱까지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홍경아 학예사는 “옷의 자수는 당시의 세계관과 생활상이 반영된 문화 예술 복합체”라며 “당시의 문화교류를 비롯해 사회경제적 수준을 연구하는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자수박물관은 동아시아 직물에 초점을 맞춰 한중일 비교전시를 항상 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자수 역사와 기법’이란 논문으로 국내 최초 자수박사가 된 정영양 박사의 도움으로 설립돼 한중일의 수준 높은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명·청대의 복식과 조선시대 관리의 흉배, 일본의 기모노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연평균 10회에 이르는 꾸준한 기획전시도 자수박물관의 자랑거리다. 2009년 열린 ‘중국 직물의 태동과 역동’ 특별전시전, 미국 섬유예술가 존 에릭 리스(John Eric Riis) 특별전에는 한 달 새 관람객이 1000여 명 이상 다녀갔다. 올해 6월에는 에도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일본의 복식 및 텍스타일 유물 특별기획전시가 열린다.

△ 개관 : 오전 10시~ 오후 5시△ 휴관 : 일요일,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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