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김예슬 학생이 학교를 자퇴하겠다며 3월 10일 정경대 후문에 붙인 대자보 때문에 학교 안팎이 아직까지 들끓고 있다. 김 학우는 이날 실제로 자퇴 신청서를 냈고, 학사지원부에선 학부모 동의가 없어 받지 않았다.

대자보를 본 사람들 반응은 동조부터 비난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김 학우가 지적한 대학의 ‘비대학적 현실’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과연 자유정의진리의 표상 고려대는 ‘대학이 자본과 대기업의 수요에 맞춰 인간제품을 조달한다’는 오명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대학 본부는 글로벌 프론티어 스피릿, 세계 100대 대학 진입에 매달리는 동안 88만원 세대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았나. 학생 또한 학문보다 학점, 꿈보다 취업에 도취돼 큰 뜻을 접어두진 않았나.

대자보에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녀는 20대의 불안을 극복하는 길이 자퇴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부하면 현실 질서체제에 순응하고 편입되는 것인가. 고대에는 김 학우와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우들이 분명 있다. 그들은 왜 학교를 떠나지 않는가. 대학 자체의 모순, 나아가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고 극복할 수 있는 곳 또한 대학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기업과 사회의 억압적 요구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진정한 학문을 하는 이들에게 고대는 기업인재 양성소가 아닌 ‘대학’이다.

어찌됐든 김예슬 학생은 용기를 내 개인의 고민과 결단을 드러냈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겠다는 그녀의 앞날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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