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빈(문과대 독문05) 씨는 4학기까지 마친 뒤 2007년 1월 해병대로 입대했다. 그는 백령도에서 박격포병으로 근무했고 2008년 12월에 제대했다. 방어선 유지가 목적인 다른 병과와 달리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병대는 훈련단 생활부터 남다르다. 외부물품 반입금지 원칙부터 철저하게 지켜진다. 윤동빈 씨는 "다른 곳은 시계가 훈련소의 필수품이지만 해병대는 시계를 들키는 순간 그 날 잠은 다 잔 것"이라며 "잃어버리기 쉬운 고무링이나 깔창 같은 것만 챙겨가라"고 조언한다.

훈련단에서 살아남는 법

해병대는 'IBS훈련'을 받는다. 영화에서나 보던 검은 보트를 어깨에 짊어지고 달리는 훈련이다. 이 훈련에선 요령을 쓰면 조금이나마 몸이 덜 고생한다. 훈련 시 구형보트와 신형보트가 주어지는데 구형보트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신형보트는 성능은 좋지만 훨씬 무겁다. 위치선정도 매우 중요하다. 구형보트는 가장 앞자리의 두 명이 힘들고 신형보트는 가장 뒷자리의 두 명이 힘들다. 윤동빈 씨는 "일단 처음가면 무엇이 신형인지 구형인지 구별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단 가장 오래된 것을 선택하고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가운데 자리에 서라"고 조언했다.

원하는 특기를 받고 싶다면

훈련에서 무사히 생존하면 다음은 특기와 자대 배정이 남는다. 해병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특기는 보병이다. 보병 안에서도 수색대의 인기가 높다. 윤 씨도 수색대를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원칙상 수색대에 떨어지면 일반 보병을 지원해야하지만 수색대가 너무 가고 싶었던 윤 씨는 통신병을 지원했다. 통신병으로 선발되면 후반기 교육기간 동안 수색대 인원을 추가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윤동빈 씨는 통신은 커녕 보병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박격포 특기를 배정받았다.

해병대에서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해병대 적성검사에서 수학과목을 다 맞추면 따로 면접을 본다. 이 중에서 2~3명을 선발해 기무대로 데려간다. 윤동빈 씨는 "고대생 정도면 눈감고 풀어도 다 맞출 수 있는 문제"라며 "기무대로 가면 일반 육군과 똑같이 생활하기에 상대적으로 편하다"고 말했다. 윤 씨도 문제를 다 맞출 수 있었지만 마킹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 기무대로 갈 기회를 놓쳤다.

 

 

고대생의 해병대 나기

훈련단을 마쳐도 해병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날 관문이 많다. 해병대의 기본 정신은 ‘악기’다. 모든 일을 악으로 깡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고려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간부들의 신임을 얻어 선임들이 싫어했다"며 “'악기'정신을 투철하게 보여줬더니 선임들의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병대만의 장비품

해병대에선 여성물품도 좋은 장비가 된다. 윤동빈 씨가 근무한 곳은 백령도인데 그곳의 사곶해안은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전투수영 훈련을 받다보면 모래가 몸에 들러붙게 되는데 너무 입자가 작아 쉽게 씻기지 않는다. 여성용 보온팬츠를 입으면 이를 방지하고 보온효과도 있다. 윤동빈 씨는 "보온팬츠는 어느 정도 계급이 돼야 쓸 수 있다"며 "이등병이나 일병 때 선임에게 사다주면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혹한기 때는 여성용 스타킹이나 레깅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해병대의 매력

힘든 군생활 끝엔 사람이 남는다. 보통 훈련소 때 알게 된 사람은 자대에서 근무를 하며 잊게 되지만 해병대는 다르다. 훈련단 동기끼리 사회에 진출해서도 모임을 가지며 친하게 지낸다. 윤 씨는 "해병대는 가까이 보면 힘든 곳이지만 인생을 멀리보면 엄청난 가치가 있는 곳"이라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