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캠퍼스 뒷산으로 1㎞정도 이어지는 오봉산 등산로를 따라 아침산책을 하다보면 시원한 아침공기와 길섶의 나무 향기가 그윽하다. 등산로 초입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다져진 흙 길이 이어지는데, 길섶에는 이름 모를 들풀들이 많고 키 큰 아카시아나무들이 시원하게 서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구불구불한 오르막 등산로가 나오고 작은 소나무들로 둘러 쌓인 쉼터가 나온다. 가벼운 운동도 하고 붉게 솟구치는 아침해를 볼 수도 있다. 그 곳에 서면 서창캠퍼스가 한 눈에 보인다.

그 곳에서 본 서창캠퍼스는 지난 몇 년 동안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특히 눈이라도 내려 캠퍼스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모습을 보면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을 줄 정도였다. 그러다 재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호연학사 신관 신축공사와 금년 봄에 기공된 종합강의동 신축 공사가 시작된 것을 보고 참으로 오랜만에 서창캠퍼스 발전의 힘찬 기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서창캠퍼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오랫동안 학교전체의 발전구도에서 소외되어 왔다. 6천명 가까운 재학생들이 행복하게 공부하고 140명에 이른 교수들이 편안하게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환경 개선 투자는 부족하였고, 고대생이라는 긍지와 기대를 가지고 온 적지 않은 학생들이 캠퍼스에 애착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속에 서창캠퍼스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한 뚜렷한 흔적을 찾기도 어렵다.

사실 서창캠퍼스 발전노선에 대한 이견과 대립으로 인한 구성원들간의 갈등도 많았고, 그로 인해 도약의 기회를 놓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이제 지난 일이다. 지난 세월에 있을 수 있었던 오판과 실기의 원인과 그 영향을 반성할 필요는 있지만,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며 갈등으로 인한 서운함을 새기는 것이 또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서창캠퍼스는 지금 행정수도 이전 등과 같은 대형 외부 호재와 서창캠퍼스 발전 공감대 형성이라는 학교내부의 여건조성으로 발전과 도약의 절대 호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좋은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서창캠퍼스가 고대의 교육이념을 전파하는 중요한 중부권 전지기지라는 인식이 고대 가족사이에 확대·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서창캠퍼스가 3개 단과대학이 있는 고려대학교의 엄연한 한 주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창의 발전 없는 고대발전은 기형적인 것일 수밖에 없으며, 고대가족의 가슴 한 편에 늘 아픔과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서창캠퍼스의 교육·연구·복지·문화 발전을 위한 거교적 차원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수들의 교육권 그리고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교차원의 당연한 조처들이어야 한다. 서창캠퍼스는 그러한 요구를 할 권리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서창캠퍼스 자체의 변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변화할 것인 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와 실천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보다 명료한 서창캠퍼스의 교육목표 확립이 필요하고, 이어 교육환경개선과 연구 활성화 방안 및 가능한 특성화 전략이 검토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창캠퍼스 구성원들간에 학교발전을 위한 상호이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진솔한 노력과 새 집행부의 균형 잡힌 생산적 리더쉽이다.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고, 합의된 질서를 따르며, 마음을 나누는 열린 풍토가 참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열린 풍토와 건강한 리더쉽은 공동체의 삶이 더욱 평화롭고 진취적이기 위해서 진실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날에도 서창캠퍼스 발전의 호기가 있었고 그 호기를 살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대체로 실패했다. 그러나 지금 서창캠퍼스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좋은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기회는 날아가는 화살에 비유되곤 한다. 전 고대가족의 마음과 힘을 모으면 무형의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서창캠퍼스에 다시 찾아 온 도약의 기회라는 화살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허무하게 스쳐 지나가지 않고 캠퍼스의 가슴에 정확하게 꽂히기를 기대해 본다.

오영재(인문대 교직·교육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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