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상우 woo@
영화 <해운대>의 감독 윤제균(경제학과 90학번)은 자신의 삶이 사계절과 닮았다고 말했다.“내 인생에서 10대는 뜨거운 여름 같았어요. 위기가 찾아온 20대는 겨울이었고, 영화계에 입문한 30대는 봄이었어요. 지금은 가을 쯤 된 것 같네요”
고대생 윤제균은 평범했다. 아니 치열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윤제균 감독은 등록금과 생활비, 하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2년차이던 윤제균 감독은 결혼 4개월 만에 IMF의 영향으로 한달 동안 무급 휴직을 받았다. “집에서 돈 없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무작정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 썼던 <신혼여행>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윤 감독은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윤제균 감독은 무급휴직 후 회사에 복귀해서도 새벽 3시까지 꾸준히 시나리오를 썼다. 그때 나온 작품이 <두사부일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신생영화사에 팔아 감독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감독을 구하지 못하길래 시나리오를 쓴 내가 감독을 하겠다고 제작자를 설득 했어요. 그땐 왜 신생영화사에 시나리오를 팔았나 후회했는데 그 덕분에 감독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이래서 인생을 새옹지마라고 하나봐요”
그는 <두사부일체>로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차기작 <색즉시공>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낭만자객> 실패로 3류 코미디 감독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재기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언젠가는 지나갈거라 생각하면서 버텼어요” 
윤 감독은 2007년 <1번가의 기적>으로 다시 일어섰다. 아기가 생겨서 인지 그의 영화스타일은 달라졌다. 기존에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직선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영화에서 묻어나기 시작했다. “언젠간 아기도 제 영화를 볼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해운대>는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넘긴 다섯 번 째 영화다. 10년 전 평범한 샐러리맨이 1000만 관객을 모은 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늘사람의 기대를 뛰어넘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두사부일체에서 단순한 조폭코미디만 기대했어요. 전 거기에 사학비리라는 메시지를 넣었죠. 색즉시공에서도 웃기고 야한 것만 기대하는 사람에게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어요. 해운대를 만들 때는 한국에선 CG가 안된다고 말하던 사람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어요”
윤제균 감독은 후배들에게 주위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고 충고했다. “<해운대>에서도 설경구 형부터 막내스텝까지 모두 역할이 있어요. 아무리 말단이라도 그 한 명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또한 자만심을 갖지 말고 항상 겸손할 것을 당부했다. “고려대에 다니는 것에 자부심을 갖되 자만심은 가지면 안돼요” 사계절을 다 경험한 그는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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