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왜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워싱턴대 등록금은 5만 달러에 달한다. 단순히 강의를 듣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대학에 오는 것은 아니다. 지식 습득은 인터넷에서 공짜로 할 수 있다. 직접 지식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실험실이나 사회단체, 연구소와 같은 ‘지식 공장’에 학생을 참여시키는 게 대학의 참된 역할이다.

대학이 세계화를 해야 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세계화는 막대한 양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낸다. 어제 한 학생과 오늘날 영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견을 나눴다. 몇 백 년 간 연구해 온 것에 무엇을 더 보탤 게 있냐는 얘기였다.

하지만 세계화가 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각 나라 별 관점에서 텍스트를 재해석해 새로운 인문학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 인문학 외에도 예술, 사회과학, 의학 등의 모든 텍스트가 재해석의 대상이 된다.

미국 대학생은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나

대부분 외국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인이 중국에서도, 인도에서도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대다. 아시아 학생들은 실제로 그렇게 한다.

학위도 마찬가지다. 학생에게 다른 나라에서 박사 학위를 따라고 권하면 언어문제를 들며 꺼린다. 혹은 왜 그래야하냐고 되묻는다. 해외 연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해외로 나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동아시아 국가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이 언제까지 선두에 선다는 보장도 없고, 영어가 언제까지 공용어라는 보장도 없다. 미국도 나가서 배워야 한다. 젊은 세대가 미국을 나가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미국과 다른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없어질 거란 주장도 있다

문화는 획일화되기 힘들다. 바로 옆에 있는 미국과 캐나다도 다르다. 의료보험에 대한 인식만 보더라도 정부의 역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캐나다인들은 큰 문제의식이 있는 반면, 미국은 없다.

한국엔 재벌 기업이 중소기업보다 200배나 버는 게 문제란 의식이 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문제의식이 없다.

세계화가 사실 ‘미국화’가 아니냐는 비판은 늘 있었다. 실제로 요즘 한국이나 중국의 호텔 로비를 미국과 구별할 수 없다. 또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식사를 한다. 겉모습은 정말 많이 비슷해졌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우린 분명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면 어떤 도움이 되나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다름을 인식하고, 고민하며 존중할 수 있다. 그로부터 새로운 대안이 생긴다. 우리가 이 문화권에서 생각하지 못한 문제의식을 다른 사회에서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을 토대로 사회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 누가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다름’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말이다.

미국 대학 자체가 ‘세계화 캠퍼스’라고 여겨 나가지 않는 학생도 있다

사회로 직접 나가지 않고서 느낄 수 없는 게 있다. 미국에 온 몇몇 외국인 친구와 얘기를 하며 문화적 차이를 온전히 느낄 순 없다. 그곳에서 살며 사람들과 어울려보며 체득해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영어가 전 세계에서 대체로 잘 통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미국은 전혀 언어 강국이 아니다. 아시아 학생은 다르다. 여기 와서 영어로 발표하고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다.

미국의 대학, 특히 하버드를 비롯한 주요 대학은 적당히 해외로 보내 공부시키고, 해외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을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엔 이는 미국 대학의 큰 실수다. 세계화가 잘 돼 있다는 USC도 나가는 학생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크기가 작은 대학이 제대로 세계화를 추진한다. 소규모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칼튼대(Carleton College)를 비롯한 23개 대학에선 재학생의 80% 이상이 해외 대학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

대학은 어떤 세계화를 추진해야 하나

다름에 화내지 않고 왜 다른지 고민하는 자세를 교육하는 게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교육이며 세계화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는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를 포함한 해외 대학 25곳과 학술교류협약을 맺었다. 교류를 맺은 대학 학생 중 멕도넬 장학생을 선발한다. 장학생은 정기적으로 모여 토론을 한다. 한번은 칭화대에서 온 여학생이 ‘중국이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이스라엘에서 온 학생들은 경악했다. 다른 학생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판하되 인격적으로 깎아내리는 일은 없었다. 이게 젊은 사람들이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전 세계 대학생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대학에 조언한다면

한국은 세계화 분야 챔피언이다. 젊은층 유학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다만 한국 사회는 학생이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대학에 가야하고 취업을 해야 한다. 유학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부 학문 수요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다. 사회과학, 인문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점점 줄고 있다고 들었다. 적어도 대학은 그런 풍토를 따라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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