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0월 ‘2009 희망 프로젝트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일자리 창출과 생태 복원을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대운하 사업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고대신문이 4대강 사업 현장인 남한강과 낙동강을 직접 답사해 보았다.

지난 6일(토)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주최한 ‘대학생 4대강 현장답사’를 위해 전국 대학 학보사 기자와 학생회 임원 50여명이 모였다. 답사단은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남한강을 보기 위해 첫 답사지 여주 강천보로 향했다.

강천보 공사 현장에선 보(洑)를 만드는 공사와 강바닥에 있는 모래를 파내는 하상 준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보는 물을 가둬 홍수나 가뭄 같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시설이다. 정부는 보 준공 사업으로 자연재해 피해 복구비용을 절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녹색뉴딜사업을 발표했다.

주말인데도 포크레인과 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한 쪽에선 오탁(汚濁)방지막이 설치되고 있었다. 오탁방지막은 흙탕물을 최소화하는 턱이다.

오탁방지막은 강의 너비에 비해 규모가 작아보였다. 군데군데 끊어진 곳도 있었다. 강은 이미 흙탕물로 번져 푸른색을 잃은 상태였다. 함께 지켜본 천예지(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07) 씨는 “식수원으로 쓰이는 남한강이 흙탕물로 흐려진 것을 보니 마음도 흐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정진섭 수질관리팀장은 “오탁방지막은 크기보다 부유물질 기준치 준수 여부가 중요하다”며 “강천보엔 오탁방지막을 설치해 공사 후 하천의 부유물질을 30~40mg/ℓ 이하로 낮춘 상태”라고 말했다.

답사에 동행한 정민걸(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육안으로 보이는 흙탕물이 기준치 이하이긴 어렵다”며 “오히려 흙탕물 같지 않아도 미세한 부유물질이 기준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천보를 지나 바위 늪구비 습지를 찾았다. 이곳은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 쑥부쟁이의 유일한 서식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습지이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되고 주변이 파헤쳐지면서 단양 쑥부쟁이는 사라졌다. 빈 공터에 ‘단양 쑥부쟁이 서식처’라는 팻말만이 걸려있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홍동곤 수생태보전팀장은 “환경영향평가 도면에 나온 단양 쑥부쟁이 군락지는 공사구역에서 제외됐으나, 공사가 시작된 뒤 도면 외의 지역에서 단양 쑥부쟁이가 발견됐다”며 “외형이 일반 쑥부쟁이와 모습이 비슷하고, 식물의 특성상 씨앗이 다른 곳으로 잘 날아가 생긴 일 같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환경청의 허가를 받아 단양 쑥부쟁이 2만여 개를 옮겨 심을 계획이다.

이에 공사 반대 측은 환경영양평가가 제대로 안 됐다고 지적했다. 답사에 동행한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는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번 평가는 한 달 만에 졸속으로 진행돼 내용이 부실했다”고 말했다.

남한강 답사 후 낙동강 상류 내성천을 찾았다. 낙동강은 안도현 시인이 <다시 낙동강>에서 묘사한 모습 그대로였다. 갈대밭과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모래사장에선 고라니, 노루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학생들은 신발을 벗고 강모래를 밟았다.

정부는 이곳을 레저 관광단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강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빨간 깃발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펜션이 들어설 부지였다. 내성천 근처에 강수욕장과 수상스포츠 시설이 세워지고 레저형 전원주택단지도 들어선다. 인근에 있는 하회마을, 예천온천, 문경새재 등의 관광지와 지역문화를 연계한 다양한 행사를 개발해 경제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위락 시설이 들어오면 예천, 안동 등 주변 지역은 관광 명소 도시가 되며 이에 따른 고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생태 파괴도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우리나라 강은 수심이 깊지 않고 주변에 모래사장이 있으며, 유속이 강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정민걸 교수는 “이런 특징 때문에 강에 산소 공급이 잘 돼 강 주변은 생물이 살기 좋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 지율스님은 “공사 때문에 낙동강이 파괴되는 것 뿐 아니라 강 주변의 생태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 33공구인 상주보는 다른 구역보다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요일에도 늦은 시간까지 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움직였다. 공사 관계자는 기자의 접근을 막았다. 상주보 현장에는 강물이 보이지 않았다. 공사 중 드러난 암반과 모래만이 강가를 지키고 있었다.

낙동강 본류의 시작 부분에 들어서는 상주보는 갈수기나 폭우기에 수로를 통제한다. 낙동강홍수통제소 조사과 최규현 씨는 “낙동강은 수리 시설이 발전되지 않아 가뭄과 홍수가 빈번해 매년 복구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보가 설치되면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복구비용이 감소된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오히려 홍수가 더 자주 생길것이라고 말한다.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강 곳곳에 보가 만들어져 수위가 올라가면 강 본류와 지류의 수위도 올라가고, 동시에 지하수위도 올라간다”며 “현재 수위에 맞춰 설계된 하수관과 우수관으론 배수가 안 돼 홍수 지역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보 공사현장을 조금 벗어나니 비봉산허리에 능선을 깎아 만든 자전거 도로가 있었다. 상주시는 ‘자전거의 도시’를 대표 브랜드로 채택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자전거 도로 사업을 연계했다. 현재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상주시에 자전거 도로를 조성해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2020년까지 10%로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상주보를 끝으로 4대강 현장 답사가 끝났다. 1박 2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각자 자신이 느낀 점을 이야기 했다. 김연(연세대 의류환경학과09) 씨는 “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돌아가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다”며 “4대강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천미혜(인제대 정치외교학과09) 씨는 “직접 답사를 통해 사회 문제에 피상적 관심이 아닌 적극적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며 “환경과 경제, 지역사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동안 강가를 걸어 다닌 학생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은 빛났다.

지금도 4대강 사업 현장에선 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부지런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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