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벤쿠버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2연패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바람과 달리 김연아는 쇼트 7위에 머물렀다. 이에 언론은 앞 다투어 김연아의 부진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고 다음날 프리경기가 남아있음에도 ‘충격’ , ‘최악’ , ‘부진’ 등의 단어로 그녀를 평가했다. 훈련 부족, 올림픽 후유증 등의 객관적 이유를 들었지만 김연아를 대하는 언론의 모습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다행히 27일 밤 열린 프리경기에서 김연아는 130.49점을 받아 총점 190.79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 며칠 김연아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내 머리 속엔 마린보이 박태환과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가 떠올랐다. 박태환은 지난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민 남동생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출전종목 전부 결선진출에 실패한 박태환은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국민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렷다. 최근 박태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열정이 없는 것 같다’는 댓글을 보고 펑펑 울기도 했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최민호 역시 지난 올림픽 이후 각종 세계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이내 대중은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우리나라 체육은 박정희 대통령이 엘리트체육 중심의 정책을 폈던 결과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나 스스로가 엘리트가 되지 못하면 어떠한 성공도 기대하지 못한다는 사회 전반적인 의식이 내포돼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엔 전 축구부 감독이 지난해 고연전 당시 심판을 매수한 것이 밝혀져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물론 그의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승을 향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보다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우리사회에서 그에게 우승이 어떠한 의미였는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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