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학생을 사찰(査察)한다.” 1980년대 군사정부 시절에나 들릴 법한 의혹이 캠퍼스 안에 퍼지고 있다. 의혹은 경찰청 보안3과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다며 본교와 서강대,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전산담당부서와 LG파워콤, 한국통신 같은 인터넷 업체에 학생 아이피(IP) 접속장소를 의뢰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법을 어겼거나 의심 가는 사람이 있으면 조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수사 근거가 부족하다. 혐의부터 미심쩍다. 보안3과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학생 개인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이 정보를 요구한 서울대 조세훈, 박선아 씨는 외환 거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국가보안법 위반 의심사건이나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홍제동 대공분실(보안3과)에서 외국환거래법을 따지는 이유도 알 수 없다.

경찰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IP접속장소를 요청하려면 법원 영장이 필요하지만 경찰은 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조세훈 씨가 담당경찰을 고소한 상황이지만 경찰은 고대신문을 포함한 언론 취재에 설득력 없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IP접속장소 요구가 불법이란 주장에 IP가 아니라 집 주소를 물었다고 답한다. 외국환거래법과 학생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자 외국환거래법과 여러가지 수사를 병행하다 정보를 요청했다고 답한다. 물론 ‘여러 수사’는 비공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진보 학생단체를 사찰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조세훈 씨는 자신과 박선아 씨가 자본주의연구회에서 활동하며, 본교·서강대·이화여대·중앙대에 연구회 지부가 있단 근거로 경찰이 진보 단체를 표적 수사한다고 보고 있다.

이 정권 들어 진보학생 단체는 경찰과 정권의 군사주의 시대 행태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진위를 떠나 경찰이 이 ‘오명’을 자초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해명’ 또한 경찰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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