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있어!”, “어디서 눈을 부라려?”, “천한 것들” “맞습니다, 맞고요.”, “막 가자는 거지요?”, “대접해준 적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 세바스찬과 노 대통령은 유행어를 연속 히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텔레비전 개그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세바스찬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단정한 금발, 럭셔리해 보이는 모피 코트, 거기다 ‘영국의 권위있는 귀족, 순수한 혈통’을 말끝마다 강조하지만 도무지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꼭 거지가 왕자 옷 입고 있는 것 마냥 어색하다 못해 우스꽝스럽다. 어쩌면 그의 바로 전 캐릭터가 남이 흘린 초콜릿을 슬쩍 주어 먹으며, “놀아줘어”를 외치는 땅그지였어서 더 그래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우리 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핵문제’의 열쇠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50주년 맞는 ‘한·미공조’가 과연 어떤 미래로 나갈 것인가 결정될 기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싱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좀 과장하면, 맘에 안드는 사윗감, 확실히 반대할 꺼리 찾아내려는 듯 까다로운 질문지를 손에 들고 벼르고 있는 듯 싶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확실한 예상문제지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주국방을 위해 한미공조가 우선인가, 민족공조가 우선인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미정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등등.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명확하고 단호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회연설 하듯 치밀한 준비없이 임기응변의 특기를 발휘할 일이 아니다. 노조와 만나 얘기하듯 감정섞인 투박한 단어로 자기중심적 논리를 펴서도 소득이 없다. 외교 사절 앞에서 한국을 ‘중심국가’로 규정했던 취임사의 외교적 무례를 되풀이해선 큰 일이다. TV토론 하듯 핵심은 회피한 채 화려한 수사구의 나열로 은근슬쩍 넘어가려하다간 무시당할는지 모른다.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치밀한 계산 하에 꼭 해야 할 말만을 적절한 단어를 사용해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방미를 통해 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또 하나의 화려한 유행어가 아니다. 말로써가 아니라 결과로써 대한민국의 대통령다움을 확실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사진 찍기 위해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고 했던 노 대통령의 후보시절 한 마디에 희망을 걸어 본다.

세바스찬은 금발의 가발이 벗겨지면 너무나 어울려 보이는 “놀아줘어”하던 땅그지로 돌아가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스스로 불편한 옷 벗어던져도 독학 변호사나 투사(?)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박수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 이게 바로 세바스찬과 노 대통령의 다른 점이다.

<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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