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학생회 현실을 생각하면 안암총학 50주년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갈수록 낮아지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의 무관심
‘학생회의 위기’는 1990년대부터 볼 수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IMF사태가 일어나 대학가에 취업난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지만 학생회는 ‘학생의 현실’보다 ‘학생회의 이상’에 집중했고 학생들은 투쟁만 외치는 총학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손장권(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회가 외면 받는 이유는 학생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라며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는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의 무관심은 투표에서 잘 드러난다. 안암총학은 1999년 제33대 총학 선거부터 지난해 제39대까지 연장투표를 실시했다. 매년 연장투표가 진행되자 2005년엔 투표기한을 5일로 늘렸고, 2006년에는 투표율 부족으로 선거가 무산돼 재선거를 치렀다. 안암총학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2007년부터 모바일투표를 실시했고 2009년 43대 총학선거는 57.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율 부족 문제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학교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정다혜 연세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하면 작은 기념품이나 먹을거리를 나눠주고 있다”며 “학생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참여를 유도하는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학의 잘못만 있는 건 아니다. 학생들의 정치적 성향도 달라졌다. 2007년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본교생이 36%로 진보(32.7%)보다 높았다. 당 지지도 1위는 한나라당 이었다.

변화하는 학생회
학생회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비(非)운동권 학생회가 등장했고 운동권 학생회도 좀 더 학내복지에 힘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필요성은 이번 안암학생 49명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결과를 살펴보면 학생들은 총학생회에 가장 바라는 점으로 ‘총학생회와 학생들 간 소통’을 꼽았고 ‘학생 복지증진’과 ‘선거기간 내세웠던 공약의 이행’이 뒤를 이었다.
학생회의 위기에 대해 현재 총학생회장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전지원 안암총학생회장은 “대학생 개인화로 학생 전체의 참여를 이끌기는 힘들다”며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해 학생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형준 세종총학생회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학생들과의 소통해결”이라며 “학생회와 학생은 하나란 의식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대학 학생회는?
미국의 경우 학생회는 존재하지만 대외적인 활동이 거의 없다. 학생회 인원은 70~80명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많지만 주로 학생들의 편의를 돕는 역할을 맡는다. 등록금 투쟁 및 학교당국과의 관계도 우리와 다르다.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in St.Louis) 학생회의 네이트 퍼거슨(nate furguson) 사무국장은 “등록금 인하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등록금의 1%로 학생회가 운영되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안들도 보통은 학교와 협력해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은 학생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축제 및 행사, 시위 같은 활동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2009년 프랑스에선 정부의 대학개혁에 항의하는 시위에 전국적으로 4만300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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