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 신기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 공간 확보를 위해 사라질 예정인 서관 앞 대강당 건물이 건축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건물이라는 점이었다. 놀라웠다. 우리에게 대강당은 학생들이 모여 사발식을 하는 곳이었고, 풍물패 연습을 하는 곳이었고, 공연 연습을 하는 ‘추운’ 장소일 뿐이었다. 문과대 학생 대부분은 대강당을 없애고 얼른 SK관을 지어달라 성화다. 나도 그런 학생 중 하나였다. ‘필요없는’ 대강당보다 공간이 더 많고 깨끗한 새로운 건물을 원했다.

2006년에 헐린 여학생회관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여학생회관 자리엔 동원글로벌리더십홀이 있고, 외국인 학생을 비롯한 많은 여학생들이 만족하며 이용하고 있다. 자주 여학생휴게실 도들마루를 이용하면서 아무것도 몰랐다. 동원글로벌리더십홀로 인해 사라진 여학생회관이 근대 건축 역사로써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2006년 당시 여학생회관 철거 반대운동을 펼쳤던 학생들은 ‘여학생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했고, 여학생회관의 ‘역사’에 관심을 둔건 아니었다. 취재원은 이러한 사실을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한탄하며 “이제 학교에 남은 역사적인 건물은 본관과 대학원도서관, 대강당이 전부”라며 안타까워했다.

주위 학생들에게 물었다. 대강당이 역사적인 건물인 것을 아느냐고. 아무도 몰랐다. 관심이 없었다. 대학생에게 이제 관심거리는 많다. 취업, 스펙쌓기, 자격증, 외국어. 학생회에 관심가질 시간도, 4.18구국대장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관심도 없다.

하지만 과연 관심거리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안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인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인가.

어쩌면 ‘미리 알고 있을 필요가 없는 세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정보’는 접하기에 너무 쉬운 존재가 돼버렸다. 알고 싶은 정보는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돌아다니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오히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4.18혁명의 의미를 모르는 후배들이 ‘왜 달리기를 해야하는 거냐’며 시험공부를 하러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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