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오후 스탠포드 올드유니온(Old Union)의 학생식당 'The Axe&Palm'에서 매니저 바바라 위타커(Barbara Whittaker) 씨가 한 학생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여행의 재미에 흠뻑 빠진 이 학생은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바바라 씨에게 경험담을 들려준다. 바바라 씨는 “가족과 떨어져 살기 때문인지 많은 스탠포드 학생들이 친구뿐만 아니라 학교 교직원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가’가 떠나자 다른 학생이 찾아와 지난 주 'The Axe&Palm'에서 열렸던 저자강연회가 좋았다며 다음 행사는 언제인지 묻는다. 바바라 씨는 스탠포드 학생연합(Associated Student of Standford University)이 다음 저자를 섭외했는데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지난주 'The Axe&Palm'엔 <친환경 먹이사슬(Earth Friendly Food Chain)>의 저자 린다 리벨(Linda Ribel)이 방문해 강연을 하고 학생과 얘기를 나눴다. 저자강연회는 학생연합과 학생식당이 공동주최한 행사다. 이 식당에서는 저자강연회뿐만 아니라 댄스파티나 라이브 공연, 가면무도회도 열린다. 스탠포드의 학생식당은 문화행사 공동주최뿐만 아니라 재료구입, 조리, 판매까지 학생연합과 함께한다. 이는 자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는 학생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학생연합은 학생의회와 행정부로 나뉜다. 의회는 의견 수렴의 역할을 맡고, 행정부는 복지사업과 학생의 불편을 학교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안전·건강·평등·지속·학술·공공사업으로 세분화 된 부서들은 각자 학생건강·성 상담프로그램·각종 문화행사·취업 설명회 등을 주최한다.

학생연합은 사회봉사활동에도 힘쓴다. 사회봉사활동 중 가장 큰 행사는 댄스마라톤(Dance Marathon)이다. 댄스마라톤은 24시간 계속되는 댄스파티로 행사를 진행하며 기부금을 모은다. 올해 행사엔 1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17만 8000 달러를 모았다. 기부금은 에이즈(AIDS) 환자를 위해 기부됐다.

이른 저녁임에도 행사가 열린 에릴라가 졸업생 센터(Arrillaga Alumni Center)는 환호성으로 시끌벅적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독특한 복장을 하고 무대와 단상을 오고 갔다. 댄스장 밖엔 에이즈의 위험을 알리는 선전판과 이를 설명하는 학생이 있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외침에 이들도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제니퍼(Jennifer) 씨는 “학생의 입장에서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정말 환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댄스장 반대편 방엔 댄스마라토너에 버금가는 열기로 학생 70여 명이 컴퓨터를 하고 있다. 데이비드 고버드(David Gobaud) 스탠포드 학생연합회장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자신들을 ‘해커들(Hackers)’라고 소개하며, ‘핵아톤(Hack-a-thon)’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핵아톤은 24시간 내에 사회운동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댄스마라톤과 동시에 진행된다. 이번엔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으로 유명한 그라민 운동(Grameen America)과 아이튠즈(iTunes)를 연계해 기금을 모금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해 9개를 만들었다.

학생연합은 학교의 재정적 지원을 일체 받지 않는다. 타 대학과의 스포츠 경기를 주최해 얻는 수익과 학생 스토어(Stanford Student Store)의 수익금, 기업의 스폰, 학생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다른 학생단체(Student Group)도 마찬가지다. 스탠포드의 학생단체 600여 곳은 각자 수익을 창출한다.

심지어 캠퍼스 안에 건물을 세우는 학생단체도 있다. 2008년 완공된 로리 로키 빌딩(Lorry I. Lokey Stanford Daily Building)은 스탠포드 학보사 스탠포드데일리(Standford Daily, 데일리) 소유다.

데일리는 수익 창출이 가장 원활하게 이뤄지는 학생단체 중 하나다. 데일리는 1973년 비영리법인 ‘데일리 편집 회사((The Stanford Daily Publishing Corporation)’를 세워 학교에서 독립했다.

데일리의 주 수입원은 광고비다. 학생단체·학교당국·주변상가·일반 기업 광고를 싣는다. 편차가 있지만 많게는 1년에 100만 달러(한화 11억 3000만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거둔다.

학생특별기금도 받는다. 학생특별기금은 한 학생 당 1년에 10달러 정도다. 내는 것은 자율이지만 80%에 가까운 재학생이 특별기금을 낸다. 데빈 베너지(Devin Banerjee) 데일리 전 편집국장은 “이는 학생들이 데일리가 스탠포드 내에서 할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직원 인건비와 신문제작비 등을 빼고 남은 수익은 데일리를 위해 재투자된다. 수익에 따라 발행부수와 면수를 조정하고, 적립금으로 설비를 확충한다. 교내 데일리 단독 건물인 로리 로키 빌딩은 그 결과물 중 하나다. 건물 설립 당시 100억원의 기부금이 모이기도 했다.

데일리 기자들은 자신을 프로라고 말한다. ‘학생이니까 이 정도 실수는 괜찮아’와 같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학교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는 것도 언론의 프로정신인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데빈 전 국장은 “객관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조금도 있어선 안 된다”며 “우리는 모든 사건을 우리가 생각하는 데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금까지 마련해가며 열심히 자치활동을 하지만, 교과과정에도 충실하며 애교심도 강하다. 스탠포드 데일리에서 활동하는 한 학생은 “신문작업이 새벽 2시에 끝나더라도 그때부터 시작해 과제를 끝낸다”며 “스탠포드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졸업장을 받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자치활동비를 스스로 마련한다고 해도 대학 차원의 학생 지원은 대단한 규모로 이뤄진다. 스탠포드 장학금 제도는 파격 그 자체다. 스탠포드는 2008년 연 소득이 10만 달러(한화 1억 1300만 원) 이하인 가정 자녀의 수업료를 면제하고, 6만 달러(한화 6800만 원) 이하 가정의 자녀는 수업료 면제와 생활비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있은 직후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스탠포드는 아직까지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탠포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지원한다. 스탠포드 내에 있는 학생자치공간 건물 렌트비로 연간 1달러만 받는 식이다. 데이비드 학생연합회장은 “학교의 장학금 제도가 무척 잘 돼 있어 학생회 차원에서 등록금 투쟁이나 장학금 확충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