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구(의과대학 의학과) 교수가 지난해 남극에 있는 킹조지 섬을 찾았다. 남극에 체류하는 한달 반 동안 이 교수는 남극 세종기지에 있는 의료 시스텐을 점검하고 현지에 있는 새의 바이러스를 채취했다.

이교수는 본교 의과대학의 극지의학연구회 활동을 하며 남극과 인연을 맺었다. 극지연구범위가 생태계·기후·지질학·에너지연구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극지의 의학적인 면을 연구하기 위해 극지의학연구회가 만들어졌다. 2007년 설립된 극지의학연구회에는 의과대 교수 15명이 소속돼 있다.

이민구 교수는 의과대 송진원, 강윤수 교수와 '극지환경에서의 생명현상'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극지에 있는 많은 생명체 중 새를 택한 이유는 새가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에 사는 도둑갈매기는 일본까지도 날아갈 수 있어요. 우리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새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남극의 새에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하게 됐어요"

새가 워낙 빨라 포획해 혈액샘플을 채취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국제법 상 살아있는 새를 죽일 수 없기 때문에 덫을 놓아 살아있는 새를 잡은 뒤 3~4방울의 피를 뽑아 샘플을 만들었다. 새를 잡기 위해 이 교수가 택한 방식은 새끼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새의 둥지를 찾아 어미가 나타나면 덫을 놓아 포획했다. "둥지를 틀고 있는 새들은 교미를 해서 알을 낳았다는 것이고 둥지에 가서 알을 인질로 잡으면 새들이 막 공격하거든요. 처음엔 공격하면서 날아오는 새가 무서워 피했는데 나중엔 날아오는 새를 맨손으로 잡기도 했어요"

날아다니는 새에 비해 움직임이 더딘 펭귄을 잡는 것이 휠씬 수월했다. 하지만 힘이 워낙 세 혈액샘플을 채춰하긴 쉽지 않았다. "펭귄은 뒤뚱거리며 다니니까 빨리 뛰어가 안기만 하면 되니 잡는 건 수월해요. 하지만 잡고 있으며 격렬하게 날개짓을 하는데 펭귄 날개는 살도 없고 대부분 뼈로 되어 있어 잠시라도 한눈 팔다가 얼굴을 맞기라도 하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아프죠"

현재 남극서 채취해 온 샘플을 분석하는 중이다. 극지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그에게 연구는 '일'보다 '즐거움'에 가까워 보였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