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는게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는 ‘나이 탐험가’ 이석원 씨. 독자에게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이 아닌 산문집 <보통의 존재> ‘작가 이석원’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그를 홍대 앞 어느 까페에서 만났다.

“작가님이 어느 인터뷰는 다시 하자고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하기 전부터 부담됐습니다”독자 인터뷰 참여자 이영준(문과대 사학09) 씨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석원 씨도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인터넷에 올리는 짧은 답글도 심지어 ‘감사합니다’를 먼저 쓸까, 나중에 쓸까 하는 부분까지 생각해요. 두 마디 답글도 고민하는데 인터뷰는 더하죠. 인터뷰는 가능하다면 계속 다시 하고 싶어요. 아마 글을 쓰는 습관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1판이 나오고 4개월 만에 2판이 나온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일까. 이석원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 내일 출판사를 가는데 200군데 정도 조금씩 고쳤다” 고 수줍게 웃었다. 이영준 씨가 책을 내게 된 계기를 묻자 이석원 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엔 글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고 쓸 수 있다는 생각조차 없었어요. 그런데 황경신 <페이퍼> 편집장의 인터뷰를 읽고 글의 위력을 처음 느꼈어요. 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따뜻한 느낌이 들었죠. 저도 다른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많은 책을 내고 싶습니다” 그러자 이영준 씨는 “당신의 글도 좋지만 ‘언니네 이발관’ 팬이기도 하다”며 “이러다간 앨범보다 책이 더 많이 나오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석원 씨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15년 나의 젊은 시절을 모두 바쳐 음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음악이 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글을 쓰자마자 ‘글쓰기란 무엇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음악은 그 긴 세월에도 아직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글쓰기와 음악의 차이를 묻자 이석원 씨는 독자와 청자의 반응을 예로 들었다.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죠. 반면 음악을 통한 반응은 책에 비해 훨씬 더 선정적이고 표피적이에요.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을 건네는 독자는 없지만 공연장에선 그런 사람을 볼 수 있어요”

이석원 씨는 전체적인 앨범의 흐름을 위해 곡 순서를 고려하듯이 책의 이야기 순서도 고민했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원했어요. 글이 100꼭지나 되다보니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책을 쓰면서 달라진 점을 묻자 이 씨는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답했다. “4집과 5집 사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어떤 사건이 있었어요. 그 사건을 말씀 드릴 순 없지만 그 후로 목숨 걸고 창작자의 자세로 제작에 임하게 됐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그는 놀랍게도 “이 책은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해파리>편을 읽어 보면 ‘나’라는 1인칭 주어가 없어요. 물론 제 이야기지만 타자화해서 썼기에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공감하는 것 같아요”

선물에 대한 구절도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자신에게 선물을 하는 순간부터 어른’이라는 이석원 씨는 서른여섯 살에 어른이 됐다. 그는 “서른여섯의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사무쳤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선물해야 겠다는 생각에 큰맘 먹고 자동차를 샀죠. 그 이후로 힘든 일을 하고나면 나에게 무언가 해야 겠단 생각을 해요.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내 자신에게 3시간 자유시간을 주거나 책을 많이 사서 그때그때 나 자신을 풀어줍니다”고 말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이영준 씨가 책의 제목과 보통의 의미를 물었다. “사회적 가치와 척도를 벗어난 사람으로서 보통의 의미입니다. 얼마 전 블로그에 ‘내가 행복한 건지 서글픈 삶을 살고 있는지’란 글을 올리자 ‘팬도 있고 책도 냈는데 불행하다니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었어요. 물론 상대적으로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제게는 일상 속의 불행과 결핍이 있어요. 아무리 잘났어도 사랑하던 사람이 날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 누구든지 완벽한 ‘보통의 존재’가 돼요”

이야기는 자연스레 이석원 씨의 다음 계획으로 흘러갔다. 이번 가을에 단편소설이 나오고 내년 어린이날에 두 권짜리 동화책이 나올 예정이다. 이석원 씨는 “요즘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윌즈의 <투명인간> 같은 소설을 읽는데 언젠가 과학 소설도 쓰고 싶다고 미래의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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