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학칙을 근거로 전과제도 시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측 입장은 변함없이 ‘불가’다. 학칙 제6장 20조(전과) 제 1항은 ‘학부·학과를 변경하려는 자는 해당 대학·학부장의 승인과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 2항에서 ‘세부사항은 별도로 정한다’고 했으나 정해진 세부사항은 없다.

학교 측은 2중·복수·부전공 제도와 학부제로 전공선택 기회를 보장하기 때문에 전과제도가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학적·수업지원팀 유신열 과장은 “전과제도는 전공세탁 도구로 전락하거나 인기학과 편중 현상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안암-세종 캠퍼스간 소속변경 허용 후 안암캠퍼스로 소속을 옮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입학하려 문의해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 시내 대다수 대학교에선 전과제도를 시행한다. 서울대의 경우 전과제도와 복수전공 제도를 모두 시행하며 한 해 학생 150명 정도가 학과를 옮긴다. 서울대 학사과 직원 원선영 씨는 “복수전공과 전과제도는 아예 성격이 다른 제도”라며 “복수전공은 본인전공을 살리고 다른 전공을 또 이수해 다른 학문을 배울 수 있는 제도지만 전과제도는 본인의 전공과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이라고 두 제도를 모두 시행하는 이유를 말했다.

일부 학생은 전과제도 시행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학생이 체감하는 이중·복수전공 제도와 전과제도는 다르다. 2007년 생명대에 입학한 이 모씨는 수학과를 공부하고 싶으나 이중전공으로는 학문을 깊이 배울 수 없고 복수전공은 시간 부담이 커 아직 고민 중이다. 유신열 과장은 “연세대학교는 제1전공 이수학점이 높아 전과제도가 필요하지만 본교의 경우 제1전공 이수학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과제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본교 제1전공 이수학점은 42학점 정도로 제1전공 이수학점이 54학점 정도인 연세대보다 10학점 가량 낮다.

전과제도 악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허주열(공과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전과제도가 학생의 적성을 다시 찾게 해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문제점 때문에 시행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규승(경영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기학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는 현재 이중전공처럼 인원통제를 하면 되지만 전과가 허용될 경우 일단 아무 학과에 입학한 후 인기학과로 가려는 학생도 생길 것”이라며 “전과제도 보다는 학생들이 현재 제2전공을 활용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학생회 차원의 전과제도 요구는 없는 상태다. 41대 안암총학이 전과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실현하지 못했다. 43대 안암총학은 학부 내에서 전공을 다시 한 번 선택할 기회를 주는 ‘전공 재선택제도’를 교육권리요구안에 담았다. 하지만 아직 이를 공식적으로 학교에 요구하지 않았다. 송유나 안암총학 교육사업국장은 “학교로부터 공식적 답변을 받진 않았지만 전공 재선택제도 역시 이중전공제도가 있어 허가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전과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학생회 차원에서 다른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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