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컬투와 캔이 남아공월드컵 한국대표팀 선전 기원 게릴라콘서트를 위해 3일 민주광장을 찾았다. 학교 측은 콘서트가 교양관 수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공연을 중단시켰다. 가수들은 쫓기다시피 학교를 떠났다.

이번 사건은 우리 불찰이다. 콘서트를 해달라고 불러 놓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잘 보내지도 못했다.

우선 행사를 주최한 안암총학생회가 공연시간을 신경 썼어야 했다. 최소한 7, 8교시가 끝나는 오후 6시 15분 이후로 콘서트 시간을 정했어야 한다. 이날 예비공연은 6교시가 끝나기 전인 4시 30분부터 시작됐다. 당연히 교양관에서 불만이 나온다.

학생지원부의 일처리도 미숙했다. 안암총학은 학생지원부 담당자에게 미리 행사를 통보했다. 담당자는 교양관은 물론 소음이 전달될 수 있는 서관과 정경관 담당처에 양해를 구했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 게릴라콘서트가 천안함 사태로 한 차례 연기된 뒤 급하게 잡혔고, 이날 학생지원부 담당자가 휴가였다는 변명은 옹색하다.

마지막으로 교양교육원장의 대처가 경솔했다. 교양교육원장은 직접 무대에 올라가 콘서트를 중단시켰다. 가수 마이크를 들고 “월드컵은 상업주의에 물든 행사”라며 “학생은 지성인답게 행동하라”고 훈계했다.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울 권리’와 ‘놀고 즐길 권리’는 모두 중요하다. 당시 교양관 42개 중 38개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후자가 확실히 전자를 침범했다.

그렇더라도 무대에 다짜고짜 올라가 행사를 막을 필요까지 있었을까. 콘서트팀이 총학의 요청으로 본교를 찾은 ‘손님’이라는 점, 콘서트 성격이 ‘게릴라’이며 공연 시간이 30분으로 짧다는 점, 장소가 ‘교양관 앞’인 동시에 ‘민주광장’이란 점, 가수들이 현장에서 교양교육원, 총학, 학생지원부와 합의한 후 최대한 소리를 낮춰 콘서트 중이었단 점을 고려해 좀 더 정중하게 보냈어야 한다.

민주광장에 모였던 고대생 200여 명과 가수들에게 고려대 교양교육원장의 교양이 어떻게 보였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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