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머 한 가지. 히틀러 시대의 감옥에서 사람들이 차례로 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 순서가 온 한 사람이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절규했다. 그러자 뒤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 “바로 당신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모두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여주군수, 당진군수등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정부패와 토착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4년전 뽑은 수도권 기초단체장 230명 중 48% 이상이 비리, 위법 혐의로 기소되었다.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기초단체장에게는유혹이 많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같은 정당이니 견제할 세력이 없다. 시민들도 정치에 무관심
하다보니 비리 전력자들이 다시 출마해도 조용하다. 결국 정치부패는 유권자 모두의 책임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단체장의 교체를 원하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선거에는 대부분 현직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 왜 그럴까? 바꾸길 원하는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를원하는 유권자 대개 20대, 30대인데, 투표율은 약20%, 30% 수준이다. 미래 정치를 담당할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암담하다. 투표율이 낮으면 선출직의 대표성은 약화되고 민주주의도 위기에 빠진다. 왜 젊은 세대는 투표를 하지 않는가? 이를 설명하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젊은이들이 시장경쟁에 몰두하다보니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고 개인적으로 ‘스펙 쌓기’에 몰두한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탈정치화’ 되었다고 본다. 둘째, 젊은이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기성 정권에 대한 저항이지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역주의 정당구조, 비민주적 경선절차, 지루하기 짝이 없는 백화점식 공약은 젊은이의 일상생활과 ‘관심의 불일치’가 생겼다는 것이다. 어떤 가설이 더 설득력이 있는가? 사실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게임의 법칙을 바꾸기보다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관심이 많다. 실제로 젊은이들이정치를 개혁하려면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많다. 그러나 2008년 촛불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이들은 (비록 고등학생들이 주도했지만) 폭발적으로 공적영역에 진출하기도 한다. 만약 젊은이들의 정치참여가 작은 정책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오바마 열풍’을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는 왜 이런 일이일어나지 않는가? 먼저 한국의 후진적 선거법이 문제이다. 우편투표도 제한적이고, 부재자 투표소도 적다. 선거방송도 적고 트위터의 사용도제한한다. 다음으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정당, 후보,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취업과 학자금에 관심이 많은데, 정치권에서는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니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기성세대가 장악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그러면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기성세대를 비난하면서 투표일에 놀러가야 하는가? 그럴수록 젊은이들의 권리는 더욱 작아질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들이 눈높이를낮춰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대학생들에게인기가 많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청년실업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데 비해, “내가어르신들을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만들었다”고자랑했다. 다른 야당들의 청년실업 대책도 실망
스럽다. 왜 정치인들은 젊은이의 불만에 귀를기울이지 않는가? 노인세대의 65%가 넘는 투표율에 비해 너무나 투표율이 낮은 청년세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인가? 나는 ‘88만원 세대’라는 자조적 표현이 싫다. 4.19세대와 80년대 세대와 달리 돈으로 세대가표현되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젊은이들이성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해야 한다. 선거에서 자신들을 위한 정책공약을 요구하고 개입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후보로 나서지 않고,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면 누구도 젊은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정치권의 사악한 부정부패도 사라지지않을 것이다. 18세기 미국 혁명을 지지한 영국의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악의 승리에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수수방관하는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이 나서야 최악의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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