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기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이제는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과 기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생명현상을 탐구하기 위한 유전자연구, 분자생물학 연구 등 기초의학연구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 연구 덕분에 질병의 기전을 이해하게 해 주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진단법의 개발이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질병이 왜 생기는지 그 원인과 기전을 밝히고, 이 변화가 우리 몸의 어느 곳에서 생겼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상진단법은 질병의 원인과 그 발생 위치를 머릿속에서 추정하는 단계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시켰다. 의학영상에는 장기와 조직의 위치와 형태의 이상을 보여주는 해부학적 구조영상(anatomical imaging)과 기능의 이상을 보여주는 기능영상(functional imaging)이 있다. 구조영상의 시초는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엑스(X-)선을 발견한 다음부터이다. 엑스선 영상은 발견 즉시 의학에 접목 되었지만, 기능영상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의학에 사용하기 시작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발전되었다. 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인체에 사용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의 분야가 핵의학이다.

기능 영상의 최근 발전 중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분자영상이다.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분자수준의 변화, 즉 유전자 수준, 단백질 수준, 또는 세포막 수용체 수준에서 표적에 결합하는 표적 친화적 추적자를 개발하고 표적에 전달되는지 여부를 인체의 외부에서 영상화하는 기법이다. 분자영상법은 살아있는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분자 수준의 변화를 광학적 방법, 동위원소(핵의학) 방법, MRI 방법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이용하여 비침습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능영상법이다.

이러한 분자영상 방법은 정상과 병적 기전을 세포수준과 유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다방면의 의생명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법을 응용하면 신약 개발의 시간을 단축시키며 질병의 조기진단과 분자수준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의 예로서 노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는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 조직에 축적되어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를 확진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환자가 죽은 다음에 부검을 통하여 병리적 소견으로 확인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분자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서 투여하면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 정도를 환자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눈으로 확인하여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 아직은 임상시험단계이지만 몇 년 내로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사용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핵의학은 표적물질에 결합하는 분자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서 인체에 투여하는 추적자를 개발하는 방사성의약품 분야와 이 추적자의 인체 내의 분포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으로 영상화하는 영상처리 분야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영상처리 분야는 핵물리, 전기전자, 컴퓨터 공학, 의공학, 영상기기 및 영상처리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자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에는 방사화학, 싸이클로트론을 이용한 방사성동위원소 합성 기술과 세포 표적을 개발하기 위한 분자생물학 등의 유관 분야 학문의 협력으로 완성된다. 핵의학은 그야말로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의 대표적인 사례이고, 다학제간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의학은 여러 학문 분야가 만나서 완성되는 학문의 오케스트라와도 같다. 이런 첨단 의학을 이끌어가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많은 연구자들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또한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 사이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도 된다.

최재걸 교수 의과대 교수 핵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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