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잔디밭에 눕지 말라” 이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런 유행성출혈열 연구의 메카가 본교 바이러스병 연구소(소장=송진원)다.

바이러스병 연구소는 1973년 설립됐고 1976년 이호왕 의과대 명예교수가 세계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를 발견하면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유행성출혈열은 6.25전쟁 때 발병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들판에 서식하는 등줄쥐로부터 유행성출혈열 병원체를 발견했고, 한탄강유역에서 발견해 한타바이러스(hantavirus)라고 이름 지었다.

이후 한타바이러스는 유행성출혈열의 바이러스속(屬)으로 규정됐고 바이러스병 연구소는 1980년, 도시에 서식하는 시궁쥐로부터 한타바이러스 종인 서울바이러스를 추가로 발견했다. 1994년엔 미국의 포코너스(Four Corners)에서 괴질이 발병했는데 송진원 소장이 이 병이 사슴쥐로부터 전염된 바이러스 때문에 발병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본래 미국은 유행성출혈열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송 소장은 “처음엔 포코너스 바이러스(Four Corners virus)라고 이름 지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신놈브레 바이러스(Sin Nombre virus)가 됐다”며 “신놈브레는 스페인어로 ‘이름 없는 바이러스’라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임진 바이러스
바이러스병 연구소는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인 수청 바이러스, 무주 바이러스를 잇달아 발견했고 최근에는 임진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임진 바이러스의 발견 전까진 유행성출혈열은 쥐 같은 설치목을 통해서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우수리땃쥐에서 신종 한타바이러스를 발견, 식충목을 통해서도 유행성출혈열이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세계에 본교가 유행성출혈열 연구의 최고라는 점을 다시 각인시켰다. 서상희(충남대 수의학과) 독감바이러스연구소장은 “고려대 바이러스병 연구소는 한타바이러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러스병 연구소는 유행성출혈열 연구 외에 다른 분야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극지 신종바이러스와 빙하연구다. 극지는 기후변화로 새로운 동·식물이 유입되고 있어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빙하연구는 빙하 속에서 수 만년동안 보존된 미생물을 연구해 인류 진화의 역사와 우주 생명체의 존재를 알아낸다. 바이러스병 연구소는 7월에 북극의 다산기지를 방문해 극지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종플루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송 소장은 “바이러스 연구는 계속 변화하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해 신종플루가 유행해 백신이 개발됐지만 올해는 새로운 변종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특히 현재의 조류독감은 조류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뒤에 치사율이 50%에 이르지만 사람끼리는 전염되지 않는데, 신종플루 바이러스와 결합할 경우 사람끼리 전염되는 조류독감으로 변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병 연구소도 다른 연구소처럼 공간과 연구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송기준(의과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연구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기자재들이 연구실 밖 복도에 위치해 있고, 국가적 지원도 부족해 연구원 지원도 줄고 있다”며 “임상의학 연구도 중요하지만 기초의학 연구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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