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후문 주택가 신광연립 주민들이 30년 살던 집을 철거당할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은 고려대에 도움을 호소하지만 대학 당국은 모른 척하고 있다.

대학이 정부나 경찰이 아닌데 자신과 무관한 주민의 딱한 사정마다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할 순 없다. 하지만 신광연립 철거 건에선 고려대가 직접 계약에 얽혀 있다. 신광연립 부지는 법과대의 유력한 로스쿨 기숙사 신축 후보지이고, 사실상 계약이 끝났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신광연립 주민은 본교가 이해당사자로서 배려해주길 원하고 있다. 신광연립 주인과 쫓겨나갈 자신들 사이를 중재해달라고 요구한다.

법과대도 입장이 곤란하다. 신광연립 주민이 말하는 ‘중재’가 사실상 주인에게 돈을 받게 해달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대의 철저한 무관심도 보기 좋지 않다. 법과대는 시종일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와 양심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와 학생 누구도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세금을 내며 산 집이 서류상 없는 집이라는 법률상 타당하지만 주민에게는 가혹한 법 처리에도 무심하다. 로스쿨학생회 또한 아는지 모르는지 반응이 없다. 그런 와중에 최근 본교 로스쿨이 한국에서 1위로 평가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과대 상황이 이러하니 일반 학생은 오죽하랴. 안암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신광연립 사태를 한 차례 논의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고려대가 중재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그마저도 하지 않은 채 신광연립이 철거되고 로스쿨 기숙사가 들어선다면 어떨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정당함보다 주민의 섭섭함이 더 회자되지 않을까.

법과대의 대승적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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