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생이 바라온 워싱턴대는 어떤 느낌일까. 워싱턴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에게 물었다.

워싱턴대의 특징이 뭔가요

공기호 | 연구 활동이 굉장히 활발해요. 단적인 예로 워싱턴대는 쉬는 날이 거의 없는데, 모든 연구소가 하루를 쉰다면 손해가 80억 달러라고 해요. 연구가 활발하다보니 학부생도 연구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요.

권기현 | 저는 의대 연구소에서 에이즈바이러스의 공격을 막는 단백질을 찾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부생이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시간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연구이고, 연구소 경험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시에 많은 도움이 돼 학부생 간의 경쟁이 무척 치열해요.

서대근 | 세인트루이스가 운동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교내 운동동아리의 활동이 무척 활발해요. 농구·축구·야구·피구·수구·팔씨름까지 분야도 다양하고요. 한국학생들은 주로 축구를 해요. 제가 속한 팀은 이번에 인디아나주에서 열리는 유학생토너먼트에 참가해요.

학생 생활 지원이 잘된다고 들었습니다

문유석 | 시설과 음식 같은 생활환경이 굉장히 좋아요. 학생식당이 뷔페식이고 기숙사도 넓고 깨끗해요. LA에 있는 대학을 간 친구들이 얘기를 듣고 많이 놀라요. 예일이나 하버드는 오래된 학교라 건물이 좀 낙후돼 있죠.

서대근 | 프린스턴 리뷰(The Princeton Review)에서 학교가 ‘학생을 위한 재정 지원이 우수한 대학’ 부문에서 4위에 선정될 정도에요. 건물도 많이 지으려고 하고, 장학금 제도도 잘 돼 있어요. 보통 국제학생에겐 장학금을 잘 주지 않는데 워싱턴대는 국제학생을 위한 지원시스템이 비교적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같이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같은 민족인 경우가 많던데요

서대근 | 학교가 크다보니 대게 같은 민족끼리 활동하는 것 같아요. 동아리 구성원을 봐도 한 동아리 안엔 같은 민족끼리 모여 있어요. 동아리를 한국계, 백인계, 중국계, 이런 식 구분할 정도죠.

문유석 | 동양계 민족커뮤니티도 많아요. 한인회는 유학생 위주가 하나, 교포 위주가 하나 있어요. 중국계 커뮤니티가 네다섯 개로 가장 많죠. 이번 구정 때 중국 커뮤니티와 ‘포마이’라는 댄스파티를 하기도 했어요.

서대근 | 커뮤니티는 민족문화를 알리는 축제를 열고, 새로 들어온 국제 학생을 돕는 활동을 해요. 한인회에선 매년 ‘한국의 정신(Spirit of Korea)’를 개최해 한국의 춤·가요·음식을 다른 학생과 즐기고 있어요.

미국대학에서 국제학생이 차별받는 점은 없나요

문유석 | 미국은 ‘빽’을 쓰는 게 굉장히 심해요. 한국도 그런 게 있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대놓고 입시원서에 가족 중에 이 학교를 나온 사람을 쓰는 칸이 있어요. 당신에게 이런 커넥션이 있냐고 묻는 거죠.
특히 의대 합격생 통계를 보면, 국제학생 정말 안 뽑아요. 공식적으론 차별을 안 준다고는 하지만 어폐가 있죠.

서대근 | 사실 미국의대 170여 곳 중 외국인을 뽑는 학교는 30~40군데 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시민권 혹은 영주권 있는 사람밖에 안 뽑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요. 외국인이 공부를 잘 한다고 해도 최고의 교육을 받은 다음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미국도 굉장히 의사가 부족한 나라니까요.

공기호 | 사소한 편견 같은 것도 있어요. 미국 어디를 가나 있는 그런 차별이죠. 대놓고 그런 애들도 가끔 있는데, 생활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에요. 실력으로 보여주면 차별은 거의 받지 않아요.

국제화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권기현 | 저는 미국시민권자인데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미국 학교를 다녀서 한국을 잘 몰랐습니다. 중학교 때 잠깐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외국인 학교를 다녔어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었죠. 그런데 미국대학에 진학해 이쪽으로 유학 온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 음악·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국제화를 통해 모국을 생각하게 된 거죠.

문유석 | 해외에 나와 좋은 지식을 배워서 다시 돌아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 더 중요해요. 해외의 지식을 무조건 한국에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 지킬 건 지키는 거죠. 무엇을 지켜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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