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대학은 그야말로 평가의 총합이다. 대학생이 되려면 가혹한 입시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교수가 학생을, 학생이 교수를, 학교가 교수를, 학생이 학교를 평가한다.

이러한 대학도 결코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관련 행정기관과 대교협, 한국연구재단 같은 공공기관에서 대학을 평가하고, 최근에는 여러 언론사가 다양한 취지를 내세우며 대학평가에 나서고 있다.

특히나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기사로 나올 때마다 세간의 관심을 끈다. 우리 학교가 몇 위인지 경쟁학교보다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에 들여다보고, 수험생과 학부모는 마치 이게 객관화된 지표인양 대학 서열을 매긴다.

하지만, 대학을 평가하는 누구도 자신이 대학의 모든 것을 놓고 평가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학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기 힘들다. 대상의 전부를 놓고 평가한다는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고, 완전히 공정한 평가도 있을 수 없다.

결국 대학평가라는 것도 냉정히 살펴보면 평가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비즈니스 모델이고 사업영역일 뿐이다. 2006년 본교에 세계 150위권 대학의 영예를 안겨줬던 더 타임스(THE TIMES)와 QS는 공동으로 세계대학을 평가했으나  이제 따로 대학평가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알고 있다. 평가에서 세계 150위를 한 번 달성하는 것보다 대학의 축적된 학문 전통과 대학 구성원의 역사적 성과를 지키는 게 중요하는 것을.

평가의 총합인 대학에서 평가를 두려워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미래의 비전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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