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행동과 유전자연구소(센터장=이민수 교수)는 2004년 설립된 이래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해 유전자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연구원 10여 명이 특정 유전자가 개개인에게 어떤 방법으로 질병이나 약물반응에 관여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유전자가 있다고 판단, 유전자별 맞춤형 치료제공에 목표를 두고 있다.

우울증은 재발을 반복하고 만성화되기 쉬운 정신질환으로 대표적인 현대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야기하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심장질환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울증에 대한 치료는 전문의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체계적이지 않다. 이에 세계 각국은 임상진료 지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인간행동과 유전자연구소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치료지침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로 연구센터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항우울제 투여에 따른 임상연구 계획서 개발을 시작으로 한국인 고유의 새로운 스닙(SNP:단일염기변이로 인종이나 개인별 염기 차이)을 발굴해 주요 우울증장애와 관련된 유전자를 밝혀냈다. 나아가 각각의 유전자별 치료반응과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 우울증센터 전홍진 교수는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 특성을 파악했다는 점은 국내 우울증 진단 및 치료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간행동과 유전자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인간행동과 유전자연구소는 설립 후 2009년 까지 국내외 학술지에 SCI(E)급 논문 54건을 게재하고, 세계적인 학술대회 20여 건을 개최했다.

연구 과정에는 어려움도 산재해 있다. 많은 이들이 정신과 진료에 대해 편견을 갖거나 우울증을 정신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해 치료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민수 센터장은 “사람들은 우울증을 흔히 느끼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병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우울증 진단기준이 계속 바뀌어 연구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인간행동과 유전자연구소의 향후 목표는 환자 개인별 맞춤형 정신건강 치료다. 기존 치료과정에서 적합한 치료를 결정하고 치료효과를 얻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한계를 극복해 개인별 유전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행하려는 것이다. 이민수 센터장은 “개인의 스닙을 검토해 증상별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중”이라며 “개인에게 최적의 약물을 찾아내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남룡 기자 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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