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 새해달력을 받아들면 제일먼저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는 지 확인하던 일은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교수가 되었다고 그 버릇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중 공휴일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휴강할 수 있는 기회이고,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왠지 손해 본 느낌이다. 이번 학기는 삼일절, 어린이날, 석가탄신일이 각각 월, 수, 금요일이고, 현충일만 일요일과 겹쳐 비교적 ‘양호한’ 달력이다. 나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강의하기 때문에 그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했지만.

이렇게 모두가 달콤하게 즐기는 주중공휴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공휴일이 강의의 맥을 끊어 학사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림을 부정할 수도 없다. 일주일 강의와 그에 따른 과제물 제출이라는 리듬이 깨짐은 물론이고, 일주일에 한번 하는 강의의 경우 이주일 만에 들여다보는 교과서는 서먹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체휴일제에서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월요일을 쉬도록 되어있다. 만약 이 제도가 도입되면, 월요일 강의는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번 학기에 이 제도를 적용하면 3월 1일과 6월 7일 두 번의월요일이 공휴일이 된다. 우리 학사일정에 따르면 16주 강의하지만 이중 두 주는 중간 및 기말고사 기간이므로, 실제 강의는 14주뿐이다. 앞으로 월요일 강의가 가장 인기 있는 강의가 될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찾아오는 공휴일로 강의의 맥을 끊지 않으면서도, 휴일을 재충전의 기회로 이용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이 지면을 이용해서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주중 공휴일에는 정상적으로 수업하고, 휴일을 몰아서 쉬면 어떨까? 고려대 학생들은 5월 이맘때면 대동제를 갖는다. 학과별로 주점을 운영하기도 하고, 입실렌티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축제는 대학생활의 낭만이 표출되는 마당이고, 강의-과제-시험으로 이어지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는 이런 낭만의 표출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정규수업과 동시에 진행되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축제동안 저학년 학생들의 수업분위기는 지극히 산만해진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공휴일 강의로 미리 수업일수를 확보해 놓고, 축제 동안에는 수업을 중단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자는 것이다.

1학기에는 4번의 공휴일이 있으므로, 5월 셋째 주를 축제기간으로 정해서 모든 강의를 휴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2학기에는 공휴일이 개천절 단 하루이다. 그러나 추석이 있다. 올해에도 추석연휴기간은 9월 21일 화요일부터 23일 목요일까지로, 월요일과 금요일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운상황이다. 차라리 개천절에는 강의를 하고, 추석연휴기간을 앞이나 뒤로 하루 늘려 넉넉하게 잡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런 내 제안은 생소하게 들리지만, 외국대학에서는 이미 널리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미국대학에서는 공휴일에는 정상적으로 수업하고, 부활절을 전후한봄방학과 추수감사절을 전후한 가을방학을 일주일 정도 갖는다. 학기 중간쯤 오는 이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학생들은 삼삼오오 여행을 떠나거나 따라가지 못한 공부를 보충하곤 한다.

내가 제안한 학사일정을 시행하는 데에는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다. 교수와 학생은 물론이고 법정공휴일에 출근해야 하는 교직원의 반대가 있을 것이다. 법정 수업일수와 관련된 문제나 석탄일에 수업하는 것에 대한 종교적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초 달력을 들여다보며, 공휴일의 요일을 확인하는 재미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수업 휴식 축제가 뒤섞인 지금의 일정을 일할 때와 놀 때로 구분지어 보려는 시도는 대학 구성원 모두가 관심가질 만한 일이다.

 

조동현 이과대 교수·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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