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식이 논란이 되던 날 밤. <작은 연못>이 상영되던 극장에는 단 4명의 관람객이 있었다. 그러면,이 영화는 단순히 흥행에 실패한 것일까.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분단국가의 현실이 새삼 강조되는 가운데, 한국 전쟁 발발 한달 뒤에 일어난 ‘노근리 학살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이 개봉했다.
흥미가 생겨 개봉관을 찾아봤더니 서울에선 단 3곳. 게다가 모두 다이 영화를 교차상영하고 있었다. 영화관에 찾아가는 일도, 보고싶은 시간대에 영화를 보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 영화는 관객의 외면을 당했다기보다 외면당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영화 <작은 연못>에는 2008년 12월에 고인이 된 배우 박광정 씨가 등장해 나를 놀라게 했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모든 연기자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하고, 관객들이 자발적인 필름 구매 캠페인을 진행한 끝에 8년 만에 어렵사리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처럼 현재 영화계에는 수많은 저예산 영화들이 자금 문제로 인해제작과 배급, 홍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겨우 개봉되더라도 관객이 들지않아 개봉 며칠 만에 간판을 내리는 일이 다반사다.
현재 우리나라는 관람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수히 많은 극장들이 성업하고 있다. 잘 살펴보면 그들 대부분은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투입에 힘입어 세련된 서비스와 편리한 입지 조건으로 무장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시장 원리로 운영되는 대형극장에선 흥행이 보장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여러 상영관을 독차지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상영되는 것도 이젠 예삿일이다. 바야흐로 관객이 아닌 극장이 영화를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누군가가 선택해버린 영화관. 폭넓은 지식과 교양이 미래의 재산이 될 대학생들에게는 아쉬운 현실이다.


김민재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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