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무언가를 숨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선의에서 시작된 것이든 그렇지 않든. 6년째 다니던 회사
를 그만두기로 했다. 퇴사 시점을 두고 회사와 협의하면서 담당하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는 업무를 진행하기로 했기에 당분간은 계속 업무를 맡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워낙 소규모 조직인 터라 나의 부재는 체제 개편을동반할 예정이고, 때문에 내가 이끌고 있는 팀은 뿔뿔이흩어지게 되었다. 팀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혹시라도 팀원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대단하지도 않은 나의 퇴사는 회사에서도 몇 몇만 아는 극비사항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2주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아무것도 알 리 없는팀원들에게 나는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것
일상적으로. 매일 업무회의를 하면서 앞으로 내가 빠지게될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지시해대는 업무 가이드, 프로젝트 종료 시점까지 계속 잘하자는 격려, M이 메인 책임을 담당하기로 한 프로젝트를 이후 조직 개편에맞춰 슬며시 R에게 메인 롤을 맡긴다든지 하는 변칙 등.팀원들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순간순간거짓말을 하고 있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오늘은팀원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자신은 나와 팀을 이뤄 일하는 게 참 좋다고. 그런데 자신들이 아직 미숙한 부분이많아서 실수가 많은데 나는 자신들과 일하는 것이 힘들지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의 대답은 전혀 힘들지 않다였다. 오히려 너무나 열심히 해주어서 항상 고맙고, 같은 팀이라는 것이 행복하다고. 진심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대화의 끝이 찜찜했다. 나는 과연 이들을 배려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나름 그런 말도 안되는비밀지키기의 시작에는 회사와 미래를 같이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직(移職)이 아닌 전직(轉職)을 결심한 팀장이 제시하는 비전을 어떤 팀원이 신뢰할 것인가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앞으로 2주가 더 지나면, 그들도 알게 될 사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을 뭐 대단한 비밀이라고 당분간이라고는 하지만, 나를 믿고 따르는팀원들에게 꿍꿍이를 감추고 거짓말을 하기로 한 나의 결정은 옳은 것인지 작은 회의가 들었다. 오히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배신감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또다른 걱정이 시작됐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개개인이 만난 집단, 조직, 그리고 사회에서 어디까지가 공유해야할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숨겨야하는 것일까. 모두가 알게 될, 알아야 할 사실이라면 언제 공개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최근 천안함의 비극이 일어난 원인이 공개되었고, 4년마다 한 번 씩 활동을 재개하는 타인의 비밀을 공개하고 나의 비밀을 감추려는 이들의 목소리와 합쳐져 온 나라가 들썩인다. 실제로진상을 조사하는 데 그리도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라믿고 싶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나랏님들이 판단하시기에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공개하는 것이 가장 우리 국민들에게 좋기 때문일 것이다. 하다못해 20명도 안되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 가지고도 이렇게 고민하는 게 인지상정이니, 나랏님들은 당연히 비교도 안될 만큼 우리를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그래,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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