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의과대학병원 동결폐조직은행(은행장=김한겸)은 인간의 폐조직을 모아 실험과 연구 목적으로 쓰도록 분양하는 국내 최초 기관이다. 김한겸(의과대 의학과) 교수가 개인적으로 폐조직을 수집해 2002년 은행을 설립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 폐암 사망률이 1위에 이르는 만큼 폐암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며 “폐암을 정복하려면 폐조직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결폐조직은행은 정상 폐조직과 암 폐조직을 수집해 각각의 DNA를 분석해 암과 관련된 DNA를 색출한다. 동결폐조직은행의 정운용(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은행 내에서 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은 암 관련 DNA를 찾기도 했다”며 “새로운 DNA를 발견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암에 걸린 세포만 색출해 치료하는 ‘표적치료’는 차세대 항암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폐조직을 수집할 때는 수술 후 폐조직 손상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액화질소로 급속 냉동한다. 얼린 조직에 고유 바코드를 부여해 영화 120도의 장기 냉동고에 보관한다.

보관된 폐조직은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원과 교수에게 분양한다. 분양 전에 국가의 연구 목적 심사와 윤리 심의를 거친다. 국가 심의가 통과된 후에는 동결폐조직은행 내 자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두 차례 심의가 통과되면 무료로 조직을 분양받을 수 있다. 최갑로 연구원은 “현재는 1년에 10여 건 조직을 제공하는데, 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결폐조직은행은 철저하게 윤리적 기준을 지키며 운영한다. 2005년 황우석 사태로 인체 조직과 관련된 생명윤리법이 강화돼 정해진 양식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증을 동의한 환자에게 폐조직을 받으며, 환자가 원한다면 특정 기간 이후에 폐기할 수도 있다. 또한 기증 환자의 신상정보가 은행 외부로 절대 새어나가지 않도록 폐조직에 고유 숫자나 바코드를 부여한다.

수집한 폐조직 임상정보는 전산화돼 있다. 수요자는 원하는 조직을 검색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운용(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2009년 수집 폐조직은 3000여 개였으며 올해는 1월부터 4월 말까지 3000여 개를 모았을 정도로 양이 늘었다”며 “환자 인식도 변해 현재 10명 중 8~9명이 기증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동결폐조직은행의 전망은 밝다. 현재 세계 각국마다 연구소재은행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점차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엔 인체유래검체와 관련한 연구은행으로 연세대 간암검체은행, 가톨릭대 전립선은행과 한국백혈병은행 등이 있고, 폐조직은행은 본교가 유일하다. 서정욱(서울대 의학과) 교수는 “구로병원의 동결폐조직은행은 윤리 지침에 맞춰 운영될 뿐만 아니라 연구은행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동결폐조직은행 관련 분야에 참여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정운용 교수는 향후 동결폐조직은행의 방향에 대해 “앞으로 국내 기관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국내 연구자들이 우리가 소장한 폐조직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치료 기술을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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