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언론사들이 경쟁하듯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994년부터 국내 대학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국내대학 순위를 매겨왔고 조선일보도 지난해부터 아시아권 대학 448곳을 평가한다.

언론사들의 줄세우기식 대학 평가에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대학평가가 대학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량적 기준으로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일보는 △교육여건 및 재정(25%) △국제화(17.5%) △교수연구(30%) △평판도 및 사회진출도(27.5%)를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조선일보 역시 △연구능력(60%) △교육수준(20%) △졸업생평판도(10%) △국제화 분야(10%)를 토대로 아시아 대학의 순위를 매긴다.

이러한 정량적인 수치에 의존하는 언론사 대학평가의 정확성에 대해 각 대학의 담당자들은 회의적이다. 서울대 기획과 직원은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있는 지표가 많지 않아 흥미위주, 서열위주의 평가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기획평가팀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순위화 되어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대학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검증되지 않은 평가 결과를 믿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조선일보 평가 이후 일각에선 대학마다 의과대학 설치 여부가 연구성과에 큰 영향을 미쳐 같은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조선일보는 작년과 달리 대학별 특성을 고려해 베를린원칙에 따라 의과대의 유무에 따라 나눠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베를린원칙이란 세계대학평가기관협의회(IREG)가 2006년 신설한 것으로 고등교육기관을 평가할 때 대학의 설립 목적과 사명, 규모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2010년 조선일보 대학 평가에서는 △의대를 포함한 종합대학 △의대가 없는 학생 수 1만2000명 이상 종합대학 △의대가 없는 학생 수 1만2000명 미만 종합대학 △D그룹=특성화 대학으로 나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언론사 대학평가의 한계점을 일정부분 보완했다.

국내 대학에서도 언론사 평가 이외에 자체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력중이다. 서울대는 연구팀에서 평가 모형을 만들고 대학 전체를 대표하는 지표와 단과대 학장들이 모두 참여해 단과대 특징을 고려한 지표를 따로 구성한다. 이후 각 단과대학을 분석하고 결과보고서를 만들어 피드백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서울대 기획과 직원은 “대학 평가 수가 너무 많아 어느 평가가 더 공신력 있는지 구분이 힘들다”며 “자체평가 뿐만 아니라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컨설팅도 따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도 2년에 한 번씩 고려대학교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각 단과대학에서 제시한 학과별 지표 값으로 경쟁대학교와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한편 해외의 유명 대학 중에는 언론사 대학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국 시카고대는 공과대학이 없고 학부 중심이 아닌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이다. 이에 시카고 대는 모든 대학에 일관적으로 적용하는 평가로는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해 <US World Report>를 비롯한 언론사 대학평가에 참여하지 않는다. 시카고대 출신의 곽준혁(정경대 정치외교) 교수는 "시카고 대학은 지식에 기반한 자존심을 가지고 학문이라는 것을 상업적 목적에 이용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며 "대신 정교한 자체평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에는 경향신문이 사내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가 개발한 대학지속가능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연구소팀은 "타 언론사처럼 연구와 교육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정량적인 자료를 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학교마다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대학에서 중요시 여기는 교수와 학생과의 의사소통이나 학교의 환경에 대해서도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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