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 파리와 프랑스 전국의 10여개 주요도시에서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 이후 국내 정치와 사회문제와 관련된 최초의 시위가 전개됐다. 5대 전국적 교직원 단체가 조직한 정부의 교육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였다.
 
공교육부가 추진하려는 교육개혁에 대해 교직원 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행정직 교직원의 인원 감축. 프랑스는 탁아소에서부터 대학교육까지 전부 국공립이다. 사립학교는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극소수다. 따라서 국가예산의 많은 부분이 교육부 몫인데 작년에 집권한 우파정부가 예산의 방만한 사용을 줄이려고 교육부 예산을 평균 물가인상 수준으로밖에 인상하지 않았고, 교육부 장관은 교사가 아닌 하급 행정, 관리직 교직원들을 감축하면서 예산에 숨통을 트게 할 계획이다. 문제는 모든 교육관련자들,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이 이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과거 사회당 정권 시절 실업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교육여건 조성과 학원폭력 감소 등을 위해 중,고등학교에 교사 보조직, 청소년 상담원, 스포츠나 문화예술 보조자들, 경비직 등을 대거 고용했다. 그런데 자리 위협을 받고 있는 이런 교직원들이 학교 교육에서 차지하는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우파정부가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무시한다는 것이 반대 이유이다.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두번째 반대이유는 중앙부처 소속 교육 공무원들을 지방 자치체 소속으로 전환시키면서 탈중앙집중화 흐름에 기여하겠다는 교육부 장관 생각이다. 교육관련 단체들은 이 계획이 전반적인 공공서비스 부분의 후퇴를 불러일으킬 하나의 전조로 의심하고 있다.   

세번째 이유는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정책가운데 교육개혁과 은퇴관련 개혁 정책안과의 연관성이다.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된 은퇴와 국민연금제도 개혁에 대해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원칙은 은퇴시기를 선택적으로 연장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는 노동시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공공 서비스 분야의 일정한 후퇴를 가져온다. 교육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은 교육개혁과 국민연금 개혁 두 문제가 모두 하나의 목적, 즉 공공 서비스와 사회복지 정책의 후퇴로 귀결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교육개혁 반대 시위에는 “학교는 상품이 아니다” “교육은 사회적 권리이다” 라는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반세계화 시민단체들도 교육개혁 반대 시위에 동참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련의 교육개혁이 미국식 모델에 대한 일정한 수용, 즉 교육에 시장논리를 서서히 적용하려는 시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4월 중순 교육부장관은 ‘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소책자를 출간하면서 교육에 대해 사회적 토론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피력했다. 철학자로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다수의 책을 출간했고 장관직 임명 당시 좌우파 모두에게 무난한 평가를 받았던 뤽 페리 장관이 분명 하나의 논쟁거리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고려했던지, 아니었던지 지금 프랑스 교육계는 공교육에 대한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놓고 고민중이다.

프랑스에서 공교육부는 중등교육까지를 담당한다. 대학교육, 즉 고등교육과 과학기술, 연구 측면은 또 다른 장관급 정부부처가 존재한다. 따라서 공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대학교육과 상관성이 없고, 대학가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토론이나 대자보 등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도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교직원 단체들과 노조들은 5월 파업일정과 시위의 날들을 사전에 예고하고 있고, 은퇴와 국민연금제 개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속에서 향후 공공서비스에 관한 각종 논쟁과 시위들이 여름 바캉스 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교육은 사회적 권리이다. 교육은 시장의 상품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시적 효율성 때문에 교육관련 서비스를 축소하려는 문제는 프랑스 사회에서 늘 크든 작든 사회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에서도 최근 4~5년간 미국식 모델과 규범들이 서서히 침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미국식 모델의 합리적 장점만을 받아들이려는 우파들의 논리가 어느 선까지는 수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WTO 논의에서 문화와 교육이 결코 상품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였기에 교육부분에서 현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혁안이 야기한 사회적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 제3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사회적 토론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듯 하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